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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화웨이 겨냥했던 미 ‘대중 수출 통제’…중 ‘반도체 자립’ 자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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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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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미국이 발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중국 수출 통제는 2018년부터 점차 수위를 높여온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의 일환이다. 화웨이 등 특정 중국기업을 타깃으로 시작했던 수출 통제는 2020년부터 외국 기업의 중국 수출까지 통제하며 수위를 높였다. 수출통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힌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을 ‘강제’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미국은 201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타깃은 푸젠진화반도체, 화웨이 등 특정 중국 반도체 기업이었다. 미국은 이들 기업을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리고 반도체 장비와 첨단 반도체칩 수출을 제한했다.



2020년 5월엔 외국기업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외국산 제품일지라도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장비·소재를 사용하거나, 이러한 시설을 통해 생산된 경우 미국 당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해외직접생산품 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을 적용한 것이다.



화웨이를 겨냥한 조처였다. 미국의 통제로 2019년부터 퀄컴 등으로부터 통신용 반도체를 받을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자회사가 설계한 칩을 티에스엠시(TSMC)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조달해왔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티에스엠시→화웨이’ 루트를 막았고, 이후 화웨이는 한동안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



2022년 10월 미국의 수출통제는 중국 기업 전체로 확대된다. ‘특정 기업’이 아닌 ‘특정 품목’을 제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8㎚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칩 등이 통제목록에 올랐는데, 이들은 인공지능 시스템 및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다. 미국은 2023년 11월 통제목록을 확대했다.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은 ‘좁은 울타리,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 방식으로 불린다. 인공지능(AI) 분야 등 핵심 분야만 겨냥해 시장 혼란은 최소화하면서도 중국의 핵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저지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수출통제 시행 이후 중국 반도체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초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대비 17% 급감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A100 및 H100 칩과 네델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ASML)의 첨단 노광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면서 반도체 제조 역량도 손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약 5년에서 10년 정도 뒤처진 거로 추정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살 길을 찾고 있다. 통제목록을 중심으로 한 2022년 10월 제재 직후 엔비디아는 H100 및 A100 인공지능 칩의 성능을 규제선 바로 아래로 떨어트린 제품을 출시해 중국에 수출했다. 2023년 10월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자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규제를 피하면서도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인공지능 그래픽 카드를 출시했다.



더 큰 허점은 클라우드 서비스였다. 아마존 웹서비스(AWS), 오라클 클라우드 등을 활용하면 엔비디아 A100과 H100과 같은 최첨단 칩을 물리적으로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클라우드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밀수라는 고전적 허점도 여전하다. 연간 약 1만 개의 반도체가 중국으로 밀수된다고 추정된다. 최상급 엔비디아 칩 8개가 장착된 서버 전체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미 해외정책연구소 (FPRI·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ion)는 “이러한 서버의 가치는 대당 30만 달러를 초과하며, 이는 정교한 밀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강력한 암시”라며 “관계자들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확장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손실도 상당하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는 연간 830억 달러 매출과 12만 4000개의 일자리가 손실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수출규제는 중국 자립을 강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화웨이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가 제작한 7㎚칩을 탑재한 최고 성능 스마트폰 메이트 프로 60을 출시했다. 제한된 극자외선(EUV) 기술 장비 없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성과다. 지난달 26일엔 6㎚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도 출시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에서 강력한 우위를 갖고 있는 중국이 이를 무기화해 보복할 수도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의 60%를 채굴하며, 85% 이상의 가공을 담당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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