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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그런 MZ는 없다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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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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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서점가에는 어김없이 트렌드 도서가 쏟아집니다. 그중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요즘 젊은 세대' 분석입니다. 2024년 미국 대선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수없이 많은 트렌드 도서가 출간됐던 현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트렌드'라는 키워드에 민감한지를 보여줍니다.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뒤처질 것만 같은 조급함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듯합니다.

최근 한 언론사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3년 하반기 들어 출산이 소폭 증가세를 보였고, 이를 'MZ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해석한 내용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23년 초반까지만 해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세대'로 묘사되던 MZ세대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드는 세대'로 재해석되었다는 점입니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MZ세대는 '오마카세', '욜로', '파이어족' 등의 키워드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확고한 취향과 과감한 소비성향을 가진 세대라는 해석이었죠. 그러다 2023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짠테크', '거지방', '가늘고 길게'라는 키워드로 재정의됐습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MZ세대를 보는 시선이 180도 바뀌는 모습입니다.

현재 MZ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주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MZ 직장인들의 낮은 열정과 부족한 학습의지'를 지적합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23년 발표된 한 카드사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일반학원 이용 건수와 온라인 클래스 이용은 2019년 대비 각 117%, 78% 증가했다고 합니다. 같은 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MZ세대가 대표인 사업체는 당해 증가분의 57%를 차지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오히려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세대로 보입니다.

상반된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너무 넓은 세대를 하나로 묶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생과1990년대생은 완전히 다른 토양에서 자랐습니다. 1981년생이 고교시절 IMF를 겪을 때, 1995년생은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생이 모뎀으로 인터넷 세상을 만났다면, 1990년대 후반 출생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었죠. 사회경제적 분석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사회경제적 차이를 배제하니 오류가 생깁니다. 강남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20대와 저소득층 가정 20대를 같은 '세대'로 묶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모든 학습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발견하고 구별하는 데에 있습니다. 현재의 트렌드 분석은 너무나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사회 구조 및 경제적 분석 없이 트렌드만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히려 세대 간 이해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온 MZ는 마치 신기루 같습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면서 만들어진 해석을 그 세대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책에서 본 그런 MZ는 없는 셈입니다. 요즘 사람을 알기 위해선, 요즘 책을 읽기보다는 후배와의 허심탄회한 대화 한번 혹은 핫플레이스에 직접 가서 사람들을 관찰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진정한 이해는 진심이 오가는 대화와 깊이 있는 관찰에서 시작되니까요.
한국일보

구현모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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