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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의 환경오염 사건에 관해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 비료공장이 퇴비 용도로만 허용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으로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하면서 마을주민이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받은 사건이다. 이러한 내용은 2019년 환경부 역학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주민들의 건강피해 원인이 파악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은 피해구제라는 문제 해결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주민들은 2020년 7월 폐업한 공장이 아니라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비료공장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조정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주민 일부는 2021년 조정에 합의하고, 나머지 주민들은 소 제기 후 3년여 지난 2023년 12월 일부 승소(1심) 판결을 받았다. 피해 주민들은 환경부 역학 조사에 의해 인과관계가 밝혀진 덕분에 조정 합의와 승소 판결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공적 조사를 통해 환경오염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인되었다면, 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사법체계에 기대지 않고 주민 피해를 보다 신속하게 구제하는 방안이 없을까? 더 이상적으로 말한다면 집단적 피해 사건이 발생하면 “실체적 진실 규명과 피해구제 그리고 지역 환경의 복구”가 가능한 완결된 해결 체계를 우리 사회는 가질 수 없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전통적으로 피해구제는 사법체계의 관할에 속하는데, 여기서는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할 부담을 가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이른바 대안적 분쟁해결방안(ADR)인 ‘환경분쟁조정제도’에서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회)가 직권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피해구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동안 위원회는 복잡한 소송절차 없이 적은 비용으로 일상생활 속 환경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해왔다.
그리고 2024년 3월 「환경분쟁 조정법」이 「환경분쟁 조정 및 환경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되면서 위원회는 더 이상적인 ADR로의 변모를 꾀하려 한다. 위원회 명칭을 ‘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로 바꾸고, 분쟁조정뿐만 아니라 건강피해조사 및 구제급여 지급 등을 통해 환경피해로 인한 다툼을 좀 더 폭넓게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기존에는 환경오염 피해를 입은 국민이 건강피해조사, 분쟁조정, 환경오염피해·석면·살생물제품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신청서류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위원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해당 기관에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에 법률 개정을 통해 관련 제도의 운용을 위원회에서 통할하면서, 우리는 ‘조사-분쟁조정-피해구제’라는 통합 체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또한 개정 법률에서 신설된 “(안건)회부” 절차를 통하여 제도 간 특·장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호연계가 가능할 것이며, 각 분야별 전문성 확보를 위해 분과위원회와 전문위원·피해조사단 등도 둘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원회는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제 위원회는 제도 시행일인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착오 없이 안정적인 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통합 체계를 잘 정비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이 개별제도에 대해 여러 기관에 문의하지 않고도, 한 기관에서 원하는 구제서비스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위원회는 집단적 환경분쟁의 해결 기관으로서 사법체계의 보완이 아닌 사법체계를 대체하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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