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든 시민들이 단상에 오른 시민 발언을 듣고 있다. 정봉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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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4시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의 안도와 환호가 급히 퍼져나갔다. 이윽고 시민들이 잇달아 세 차례 외쳤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계엄군의 진입을 막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 부르고,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아침이 밝도록 국민의 대의기관 국회를 지켰다. 이날 새벽 1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에도 시민들은 국회를 떠나지 못하고,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를 기다렸다.
국회 정문에는 간이 무대가 마련됐고, 무대에 오른 시민들 한 명 한 명 자신이 느낀 이 날의 상황을 시민에게 설명하거나, 애국가를 부르거나, “탄핵이 평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회로 달려온 이들은 ‘모인 국민’의 모습을 윤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교 3학년 김아무개(21)씨는 “오늘 오전 수업이 있어 걱정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모여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한 윤 대통령에게 ‘진짜 국민들이 여기 이렇게 많이 모여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든 시민들이 단상에 오른 시민 발언을 듣고 있다. 정봉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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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하는 불안을 떨치려 다른 시민의 존재를 확인해야 했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소희(43)씨는 “처음엔 당연히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는데, 국회에 헬기와 장갑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공포감이 몰려왔다”며 “지금 자리를 떠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여기 모인 다른 분들하고 같이 아침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온 최아무개(29)씨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불안해서 결론이 날 때까지는 지켜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온 김아무개(58)씨도 “계엄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리라고는 믿고 있었지만, 여전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오늘 이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무척 기쁘다”고 했다.
계엄해제 선포에도 시민들은 쉽사리 국회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의 기온은 영하로 내렸다. 담요와 목도리로 목을 동여맨 채 바닥에 앉은 시민들은 서로를 향해 “추우시죠”라고 이야기를 건네며, 핫팩을 나눠 쥐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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