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국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완전 무장한 군인이 국회로 난입했고 쳐들어왔고,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그야말로 공권력의 폭거였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군은 4일 국회 회의실 창문을 깨고 진입 작전을 폈다. 총을 들고 야시경을 장착한 계엄군들은 본회의장 정문을 밀고, 헬기를 타고 진입해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까지 밀고 들어왔다.
경찰은 국회 주변을 둘러싸고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했다. 국회 직원, 당직자, 기자의 출입도 봉쇄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의원신분증을 경찰에게 보이며 "국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본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 뿐이었다.
결국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회 진입을 위해 담을 넘었다. 국회 직원들과 기자, 보좌진과 함께 담을 넘은 한 의원은 겹겹이 친 경찰 포위를 뚫고 본회의장에 입장하기도 했다. 부서진 담벼락 틈으로 몸을 구겨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한 의원도 보였다. 이들은 경찰이 따라 붙을까 본회의장까지 전력으로 질주했다.
국회 로텐더홀에는 당직자, 국회 직원, 기자, 일부 시민들 500여명이 한 데 모여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진입하는 군인을 막자고 소리쳤다.
여성 보좌진들은 경내 곳곳에 배치된 소화기들을 찾아 국회 문 앞으로 가져왔고 남성 보좌진들은 나무 문짝, 대형 화분, 의자와 책상 등 집기를 동원해 본청 1층과 2층 등 국회 주요 출입구에 바리게이드를 쳤다. 진압군은 그 바리게이드를 몸으로 밀치며 진입을 시도했다.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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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국회 직원들이 계엄군의 국회 본관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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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불란했던 민주당, 둘로 나뉜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민주당 의원들은 빠르게 국회로 향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의원들이 모두 속해있는 단체 메신저방에서 국회로 모이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님들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청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당 의원들에게 전파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긴급라이브를 생중계하며 국회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이순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집 안으로 무장 군인들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급하게 차리고 집을 나섰다"며 "이제 검찰 지배 국가에서 군인 지배 국가로 전환할 모양이다.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갈팡질팡하며 둘로 나뉘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입장을 냈다. 친한계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 의사를 밝혔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계엄 해제 안건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계엄을 선포 약 2시간여 만에 야당 의원들과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모여 재적의원 190명을 채웠다. 군의 국회 경내 진입 시도가 정점에 이른 00시 48분경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했다. 그로부터 약 10여 분이 지난 새벽 1시 경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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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봉을 두드린 우원식 의장은 국회 진입한 군인들을 향해 즉각 퇴거를 요청했다. 그는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며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다. 따라서 군경은 즉시 국회 경내를 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길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로텐더홀에 모인 이들은 본회의 통과를 지켜보며 소리 지르고 박수를 쳤다. "군인들은 이제 국회에서 꺼져라"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계엄군은 국회에 진입한 지 약 1시간 만에 철수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이후 여야 대표는 입을 모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위헌이며 무효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경찰과 국군 장병 여러분도 지금부터 불법 계엄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며 공범"이라고 경고했다.
한동훈 대표도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공무원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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