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 한겨레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전두환 반란세력의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상황과 ‘닮은꼴’이다. 헌법과 계엄법의 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불법으로 비상계엄을 확대하거나 선포한 점 등이 ‘판박이’다. 하지만 1980년 5·17 쿠데타 때와 달리 이번엔 국회에서 법적 절차를 통해 ‘비상계엄 쿠데타’를 제지했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 부적합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44년 전 전두환의 비상계엄 확대 조처는 계엄선포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헌법 77조 1항에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두환 반란군은 1980년 5월17일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할 사변과 적의 포위 공격이라는 상황’이 아닌데도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6시간 뒤인 10월27일 비상계엄 선포 때는 제주는 제외됐었다. 12·12 쿠데타로 군권을 탈취한 전두환 반란군은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동태와 전국적인 소요사태 등을 비상계엄의 원인으로 꼽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역시 전시·사변·국가비상사태·공공 안녕질서 유지 등 법적 요건을 단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뉴스 화면 갈무리 |
달라진 국회의원의 대응
5·17 쿠데타와 ‘12·3사태’는 군을 동원해 국회를 굴복시키려고 한 점에서 비슷하다. 1980년 5월17일 밤 9시42분 중앙청에서 열린 제42회 임시국무회의가 계엄군(총 595명)이 배치된 가운데 열렸다.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을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찬반 토론 없이 8분 만에 의결됐다. 5·17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반란군은 5월18일 0시20분 군을 투입해 국회의사당을 점거했다.
하지만 3일 국회의 대응은 5·17 쿠데타 때와 달랐다. 1980년 5월20일 오전 10시15분께 야당 국회의원 38명과 국회의원 보좌관 등 300여명이 국회 정문에 도착했지만, 군인들에게 저지당했다. 전두환 반란군은 국회 의사당 주변에 전차 등을 동원해 임시국회 소집을 무산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절차에 어긋난 위헌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헌법 77조 4항과 계엄법(4조) 등에 따라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는 조항을 어겼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1979년 12월12일 쿠데타 뒤 정승화 체포 발표하는 전두환 당시 계엄사령관. 한겨레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윤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 190명이 국회로 모여 만장일치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됐지만,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자 철수했다.
전두환의 정권 찬탈에 저항했던 광주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은 사후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의 죄목이 모두 유죄로 확정됐다. 5·17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불법 확대한 범죄는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내란죄로 처벌받았다. 윤 대통령도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불법이 밝혀질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계엄선포로,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성립되고 계엄선포 자체가 내란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란죄인 국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국헌 문란 행위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국회에도 통고하지 않는 등 명백히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며 “또 군을 통해 국회를 장악하려고 했고,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점 등은 형법 제91조 국헌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