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 직후에 본회의 긴급 소집
“빨리 하라”에도 절차 정당성 확보
국무회의 의결 확인 뒤 정회 선포
당분간 퇴근없이 집무실 비상대기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새벽 국회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비상계엄령 해제를 가결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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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을 6시간 만에 모두 끝낼 수 있었던 데에는 국회의원 190명이 의결한 본회의 진행과 마지막까지 정부 측과 소통을 했던 입법부 수장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 또한 크게 기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새벽 5시 50분께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화했다”며 “4시 30분부로 국무회의 의결을 확인했다. 본회의 정회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실은 30분 뒤인 오전 6시 20분 “우원식 의장은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 당분간 공관으로 퇴근하지 않고 국회 집무실에서 비상대기할 예정”이라며 “외부 일정도 전면 취소했다”고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중 기습적인 ‘계엄 선포’로 탱크가 도로를 지나고 계엄군까지 국회로 들이닥치는 비상 상황에서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역할이 지난 밤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다.
우 의장은 3일 밤 10시 27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바로 본회의를 열기 위해 국회로 향했고, 4일 자정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주시기 바란다”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데, 우 의장이 언급한 ‘헌법적 절차’란 이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우 의장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따라 국회와 정당 등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국회 출입 통제까지 강화된 상황에서도 4일 0시 20분께 본회의장에 들어가 착석했고, 0시 48분 국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응하는 본회의를 시작했다.
재적 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한 오전 1시 3분까지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우 의장은 “빨리 진행하라”는 의원들의 고성에도 애써 ‘절차’를 강조하며, 확실한 계엄 해제를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본회의장에 도착한 우 의장은 “계엄법 4조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때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통고를 안 했다. 그것은 대통령 쪽의 귀책사유로 우리는 그것과 관계없이 본회의를 진행하겠다”며 본회의 시작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도 “안건도 만들어야 된다. 절차의 오류 없이 국회법, 국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오류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빠른 표결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도 “계엄 보고를 국회에 해야 하는 걸 저쪽에서 안 했기 때문에 보고 후에 해야 한다는 건 이행할 필요 없다”며 “안건이 상정돼서 국회에 와야 하고 그런 절차를 거쳐서 하겠다. 잠깐 기다리시라”고 장내를 진정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에 진입한 수방사 특임대가 우 의장을 비롯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구금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12시께 군경이 국회로 난입했다”며 “수방사 특임대가 이재명 대표실에 난입해 이 대표를 체포·구금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는 체포대가 움직였다는 것도 CCTV를 통해 확인됐다”고 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한 뒤 긴급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회는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했다”며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즉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계엄해제를 공고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비록 군이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따라 국회로 출동했지만,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에 따라 즉각 철수한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성숙한 우리 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한다”며 “불행한 군사쿠데타의 기억을 가진 우리 국민들도 오늘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 군의 성숙한 모습을 확인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군은 이제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로서 군의 기본 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며 “경찰을 비롯한 공직자들도 흔들리지 말고 정위치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했다.
우 의장은 “오늘 우리 국민과 국회는 국회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확인했다. 국회를 믿고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회는 현재의 국가적 혼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가겠다.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박상현·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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