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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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전공의 48시간 이내 복귀’와 ‘위반 시 처단’이 담겼던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의-정갈등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윤석열과 계엄사령관은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 반국가 세력임을 자인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자진사퇴하라”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어 “의사들이 반국가세력인가?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포고령 제5항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다.
의대증원 문제로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전공의들은 ‘처단’의 대상으로 지목되자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를 반국가세력, 범죄자로 규정했다”며 “‘처단’이라는 단어 선택은 법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여 청년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강경론이 커지면서, 이날 시작된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직 전공의 ㄱ씨는 “전공의들 내부의 강경론은 ‘정부의 완전한 굴복과 100% 승리를 얻은 뒤 복귀하자’는 것인데, 비상식적인 비상계엄령으로 이런 목소리가 득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전공의들의 복귀와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ㄴ씨는 “군대 문제와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할 전공의들이 어느정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정치적인 변화로 의대 증원이 무산될 수 있으니 기다리자’는 분위기”라며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할 전공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와 의대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도 “지금 모집에 지원하려는 전공의들은 ‘처단 대상’이 되고 싶은 거냐” 등 지원을 말리는 글이 올라왔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는 회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택우 후보(강원도의사회장)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전공의의 사직 사태를 유발한 정부가 정작 전공의를 헌법을 위협하는 척결 대상으로 선정하고, 처벌이 아니라 처단한다고 적시한 것은 전공의를 적대시함으로써 정권의 잘못을 호도하려는 얄팍한 수작질”이라고 했다. 이동욱 후보(경기도의사회장)는 “집회 금지, 정치 금지, 전공의 처단이라는 대통령 대국민 쿠테타 비상계엄 엉터리 명령과 계엄군 국회 진입 사건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이라고 했고, 주수호 후보(미래의료포럼 대표)는 이번 사태를 비판하면서 “그럼에도 작금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최안나 후보(의협 대변인)와 강희경 후보(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도 각각 전날 비판 입장을 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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