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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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봉쇄 등의 후속 조처가 내란죄와 계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을 갖지만 내란죄는 예외여서 윤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목소리가 크다.
형법 87조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내란죄로 처벌한다. ‘국헌 문란’이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적으로 전복시키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를 뜻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무기징역·금고에서 사형까지 처할 수 있고, 모의에 참여해도 최소 징역 5년의 중형이 규정돼있다. 내란 미수는 물론 예비와 음모, 선전·선동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과거 판례에선 국회 등 국가기관의 권리 행사 방해를 실행하거나 전복 모의를 한 경우 내란죄가 인정됐다. 1997년 4월 확정된 전두환·노태우의 내란죄 판결을 보면, 법원은 “국회를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상당 기간 국회가 개회되지 못했다면 국회 권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 ‘국헌 문란’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2015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주요 국가기관 시설을 파괴하자고 모의를 한 것만으로도 내란 실행 행위에 개연성이 있다”며 내란 선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윤 대통령의 경우도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기관인 국회 무력화 시도로 내란 혐의가 명확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뒤이어 경찰은 국회 외곽 문을 폐쇄해 국회의원과 직원 출입을 막았으며 △무장 계엄군 230명은 헬기를 통해 국회 경내로 들어가다 국회 봉쇄를 시도했다. 한 부장판사는 “어떤 경우에도 국회는 봉쇄하면 안 된다는 게 헌법의 정신이다. 국회의원의 의결로 비상계엄 해제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의회의 탄핵이나 예산 삭감은 헌법과 법률로 광범위하게 주어진 권능인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 자체가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안 검사 출신 변호사도 “국군통수권자가 군대를 집합시키고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한 것 자체가 내란의 적극적인 행위”라며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는 (내란) 행위의 목적 또한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국회 자체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계엄 선포였고, 성공의 여부를 떠나 이것만으로도 내란죄 실행에 착수는 된 셈”이라고 짚었고,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예비 음모만으로 처벌된 이석기 판례를 보면 윤 대통령의 경우 내란음모는 충분히 인정되며 실행 착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헌법과 계엄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77조와 계엄법 2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 경우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계엄 선포 이유로 밝힌 야당의 ‘검사 탄핵’ ‘예산 폭거’ ‘사법·행정 시스템 마비’ 등은 계엄 선포 기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헌법상 비상계엄의 조치 범위는 행정부·사법부인데 윤 대통령은 포고령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까지 금지했다. 한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요건도 안 되지만 입법부 활동까지 제한해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4일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촉구하는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고, 정의당·녹색당·노동당과 개혁신당은 각각 윤 대통령 등을 내란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윤 대통령과 김 장관 고발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했다. 대통령의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수사와 공수처의 수사가 가능한 범죄는 아니다. 공수처와 검찰 쪽은 “경찰 이송 여부 등을 포함해 고소·고발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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