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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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헌 | 회사원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통일에 대한 얘기를 나눴던 도덕 수업을 잊지 못한다. 그때 선생님은 “여러분, 남북은 왜 통일이 되어야 할까요?”라고 물었고 몇몇 아이들은 대답했다. “북한의 자원을 이용하려고요.” “백두산이나 금강산을 관광하기 위해서요.”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나가기 좋으니까요.” 익히 나올 법한 통일의 이점을 얘기했다. 선생님은 웃음 띤 얼굴로 대답한 학생들을 칭찬해주고 또 다른 답을 원하는 듯이 학생들을 바라봤다. 더 이상 답이 나오지 않자 선생님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이 놀다가 다리나 팔을 크게 다쳐서 뼈가 부러졌을 때 어떻게 하나요? 어떠한 상황에 있든 치료를 위해 곧바로 병원에 가겠죠? 네 그렇습니다. 이처럼 남과 북의 통일에는 어떤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였을 때가 온전했기 때문에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 이후 통일에 대한 내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어떠한 정치적 상황이 들어맞다거나 남과 북의 지향점이 서로 충족해야지만 이뤄질 수 있는 통일이 아닌, 한 민족으로서의 당위성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점은 당시 나를 벅차게 했다. 물론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며 남과 북의 통일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시대별 정권의 성향 차는 물론 70년 넘게 분단된 상태에서 남과 북의 국민들이 가지게 된 정서적 차이는 극복해야 할 큰 과제임을 알게 되었고, 통일만을 전제로 두는 것은 민족주의에 도취해 단순한 결합만을 주장한다는 이견을 받을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하지만 군사 우위 확보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금전 투자와 인력 유지, 그리고 체제 유지를 위한 유무형의 활동들이 하나의 국가이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지출이자 정책임을 고려했을 때 남과 북은 당장의 합의는 어려워도 점진적으로 통일에 가까워지도록 협력해 지금의 소모적인 경쟁에 쓰는 비용 및 시간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북전단에 대응한 북의 오물풍선 살포와 이에 맞선 대북 확성기 방송에 이르기까지 남과 북의 긴장은 이제 군은 물론 민간에게까지 일상의 위협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북의 젊은이들이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참전 중인 것을 놓고 많은 언론에서는 평화적 해결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북한군 전멸’, ‘총알받이’, ‘음란물 중독’ 등과 같은 헤드라인으로 자극적 기사를 뽑아내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 와중에 남과 북의 정부에서 하고 있는 일이라고는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듯이 그저 서로를 헐뜯는 폭언을 쏟아내는 것뿐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통일에 대한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는 70여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념과 현재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남과 북의 철저한 준비 없이는 통일은 오지 않는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도덕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그 노력에는 이유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자 현 세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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