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영문 약자 AI 글씨가 컴퓨터 메인보드에 놓여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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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반도체물리학 박사)
2017년 개발된 알고리즘인 트랜스포머를 이름의 마지막 글자로 간직한 챗지피티가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지도 이미 2년이 지났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즉 문맥을 이해하는 거대언어모델 덕분에, 인공지능(AI)은 과학계를 넘어서서 우리 일상생활까지도 깊이 스며들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단순 검색을 벗어나서, 보고서나 자기소개서 등의 설계 단계에서 얼개를 잡을 때도, 그리고 최종 단계에서 윤문할 때도 활용되고 있다. 사람이 편해지는 방향의 변화는 얼마나 쉽고 빠르게 이뤄지는지 놀라울 정도다.
지난달 발간된 국내 대표 인공지능 뤼튼의 보고서에 따르면, 5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은 평일 낮에는 검색을 야간에는 채팅 기능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과 밀착 생활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낮에는 인공지능으로 자료를 찾아 서류를 꾸미고, 밤에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인공지능과 이야기를 나눈다. 인간 친구는 토라지거나 험담도 하지만, 인공지능은 나를 상처 입힐 단어는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제 보고서나 발표 자료를 만들 때뿐 아니라 인공지능에 연애 상담이나 건강 조언을 맡길 수도 있다. 이제는 초등학생도 부모에게 묻기보다는 인공지능에 질문을 입력하는 시대다. 이렇게 우리는 인공지능에 중독되어 간다. 인공지능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마치 산업혁명기에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려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여겨질 지경이다.
또한 올해는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모두 인공지능과 연관된 인물들에게 수여되었다. 학계에서 이를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잠시 있었지만, 컴퓨터공학이 아닌 물리나 화학 같은 이학에서도 인공지능은 필수적인 도구이자 새로운 탐구 방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무려 5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인 ‘단백질 구조 접힘’을 인공지능인 ‘알파폴드2’가 해결했다. 물론 아미노산을 간략하게 모델링한다는 핵심 아이디어는 개발자의 물리화학적 통찰 없이는 불가능했다. 또한 인공지능으로 예측된 구조를 실험으로 만들고 측정 평가하여 다시 인공지능 설계에 반영한다는 상보적 과정을 반복하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러니 인간 과학자의 중요한 역할은 아직 남아 있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모두 학습한 똑똑한 인공지능이니까 그 답변은 틀림이 없으리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인공지능에는 환각성과 편향성이라는 맹점이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식량’인 빅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을 때, 혹은 빅데이터가 오류가 많거나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로 가득한 ‘불량식품’일 때, 또는 한 성분만 가득한 ‘편식’일 때 나타난다. ‘최고경영자’로 이미지 검색하면 백인 남성이, ‘사회복지사’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이 편향성의 예이다. 생성형 인공지능도 ‘의사와 환자’를 요청하면 여성 의사를 그려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편향성을 보인다. 편향성보다 더 문제 되는 경우는 환각성이다. 때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데이터를 만들고 답변을 지어내기 때문이다.
과학 질문은 확실한 정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확신에 찬 어조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보이는 설명을 자세히 답변으로 내놓는다면, 그런데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면 어떨까? 십여년 전 동영상 사이트에 과학을 표방한 채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 때, 과학계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유사 과학이 널리 알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나중에 영상이 사라진대도 이미 시청한 사람들의 인식은 바로잡기 힘들다. 어쩌면 요즘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때의 동영상 사이트와 같은 상황이 아닐지 싶다. 이용자의 수요는 많지만, 검증은 없거나 매우 늦다는 점도 비슷하다. 인공지능은 완성형이 아니다. 올바른 피드백으로 유용한 과학적 도구이자 동반자인 인공지능을 바르게 성장시켜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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