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시인(왼쪽)이 지난달 20일 도종환 시인(오른쪽)을 초청해 책담방송 다독다독을 진행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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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작가를 잇고, 문학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인데 청주에선 100차례가 넘도록 단단하게 이어지는 게 놀랍고도 부러워요.”
충북 청주에서 이뤄지는 책담방송 ‘다독다讀’(독)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우영 시인의 말이다. 정 시인은 지난해 4월 ‘활에 기대다’에 이어 지난 4월 ‘순한 먼지들의 책방’을 들고 두 차례 다독다독에 참여했다. 책담방송 다독다독은 저자를 초청해 작품과 작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다. 애초 유튜브를 통해 송출하다 지금은 독립언론 ‘미디어 날’이 이어받았다. 이재표 미디어 날 대표는 “단골 애청자가 늘어나는 등 알음알음 인기를 더해가고 있어 고무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지난달 20일 국회의원에서 시인으로 돌아온 도종환 시인이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을 들고 독자와 만났다. 다독다독 100번째였다. 이날 도 시인을 포함해 전국에서 작가·시민 등 20여명이 100번째 책담회를 자축하고, 서로를 다독였다. 도 시인은 “초대해 줘서 고맙다. 다독다독은 청주의 자랑”이라고 했다.
청주서 4년간 저자와 ‘다독다독’ 방송
선정·섭외부터 진행까지 직접 다 해
초기작품부터 근작까지 낱낱이 읽고
속 이야기 끌어내 독자와 공감 유도
다독다독은 지난 2020년 8월 시작했다. 다달이 두 차례 진행하는데 4일 이윤학 시인의 ‘곁에 머무는 느낌’에 이어 오는 18일 한열음 작가의 ‘민주의 방’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다. 역대 출연진을 보면 충북 작가가 33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경기 작가가 29명, 이웃 대전·충남·세종 작가가 13명으로 뒤를 잇는다. 인천·경남을 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작가가 참여했다.
청주에서 ‘다독다독=김은숙 시인’으로 통한다. 김 시인이 작품을 읽고, 작가를 선정하고, 섭외하고, 진행한다. 그는 34년 교사·시인으로 살다 2018년 퇴직한 뒤 오롯이 시인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부끄럼주의보’, ‘손길’, ‘아름다운 이별’ 등 시집 6권과 산문집 ‘갈참나무숲으로’ 등을 냈으며, 풀꽃문학상·내륙문학상 등을 받은 빼어난 작가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를 찾아 외로운 길을 떠나곤 해 작가·독자·작품이 만나는 자리가 필요해요. 백수 이후 시간이 남아 용기를 낸 게 여기까지 왔네요. 방송을 위해 줄잡아 수백 작품, 수백권을 읽고 작가에 관해 상상하는 데 그 재미 또한 쏠쏠하고요.”
두 차례 다독다독에 초청된 함순례 시인은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청주 다독다독이 너무 부럽고 자랑스럽다. 청주는 가히 ‘김은숙 보유 도시’라 해도 좋을 만하다”고 했다. 정우영 시인도 “근작뿐 아니라 초기 작품까지 낱낱이 읽고 작가의 숨겨둔 이야기까지 끌어내 독자와 공감을 유도하는 김 시인의 노력과 능력은 놀라움 자체”라고 극찬했다.
김은숙 시인과 함께하는 책방통통이 지난 4월 ‘꽃은 무죄다’의 이성윤 작가를 초청해 책담회를 진행했다. 김은숙시인과 함께하는 책방통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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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시인과 함께하는 책방통통이 지난해 1웛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를 초청해 책담회를 진행했다. 김은숙시인과 함께하는 책방통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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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인은 다독다독과 격주 형태로 ‘책방通通’(통통)도 운영한다. 다독다독이 방송 매체를 매개로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라면 책방통통은 동네 책방에서 작가와 독자가 얼굴과 가슴을 대면하는 ‘북 토크’다. 2018년 3월 권희돈 작가의 ‘사람을 배우다’로 출발해 지난달 27일 한명희 작가의 ‘기쁨의 슬픔’까지 124차례 운영됐다. 대면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상황 때 주춤했지만 다달이 1~2차례 꾸준히 작가-독자 만남의 장이 선다. 애초 충북작가 작품이 대상이었지만 충북 연고 출향작가, 전국구 작가로 외연이 넓어졌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제주도우다’의 현기영,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의 안도현, ‘포천’ 이지상 작가(가수) 등이 청주를 찾은 이유다.
시, 소설, 평론, 동화, 동시 등 차림이 거하다. 때론 사람·인생이 책이 돼 시민 독자와 만나는 ‘휴먼 책’도 운영한다. 김 시인은 “다독다독은 작가와 단둘이 방송을 통해 시공을 초월해 독자를 만나지만, 책방통통은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니 형식·내용·재미가 조금 다르다”며 “문학과 작가를 좀 더 세밀하게 읽는다는 매력 때문에 모두 100회를 넘긴 듯하다”고 했다.
동네 책방 북토크 ‘책방통통’도 운영
2018년 3월부터 모두 124차례 열어
지역 서점·작가·출판사 상생운동까지
다독다독과 책방통통은 동네 책방 살리기 운동 ‘상생충Book’(북)으로 이어졌다. 상생충북은 대형 서점·인터넷 서점 판매 확산으로 고사 위기를 맞은 동네서점을 살리는 운동이다. 지역 작가, 지역 출판사가 낸 책을 동네 서점을 통해 파는데, 이들 작품은 베스트셀러와 나란히 서점 노른자위에 자리 잡는다. 김 시인은 상생충북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김 시인은 “작가이자 독자로서 책을 통해 기운을 얻는데 다독다독, 책방통통을 통해 작가의 내면, 숨은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독자와 작가를 잇는 이 일들을 지속하고 싶은데, 기운과 재미가 사라지지 않는 시기가 유통기한이다. 지금은 차고 넘친다”라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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