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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국민이 적인가?…김용현 “중과부적이었다” 파렴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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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경호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다.”



1979년 신군부의 12·12 반란을 진압하려다 실패한 장태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의 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비상계엄령을 해제한 직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관계자 등에게 했다는 발언이다. 국방부는 이날 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당사자라고 확인해줬다. 김 장관은 여당이 해임을 요구하고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직후 사의를 밝혔다.



군 내부 상황에 밝은 소식통은 4일 새벽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한 직후, 김 장관이 국방부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현 시간부로 비상소집을 해제한다”며 ‘중과부적’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고 했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은 ‘적은 수로는 많은 적을 대적하지 못한다’는 사자성어다.



3일 밤 10시28분, 긴급 대국민 담화 발표와 함께 예고 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김 장관의 건의에 따라 이뤄졌다는 게 국방부 쪽 얘기다. 김 장관은 이날 밤 10시40분께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후 밤 11시23분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이 사령관을 맡은 계엄사령부가 포고령(1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시간30분이 조금 지난 4일 새벽 1시쯤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새벽 4시27분 윤 대통령은 계엄 요구 수용 의사를 밝혔고, 군도 이를 전후로 국회 등에 투입된 병력을 원소속 부대로 복귀시키고 계엄사령부를 해산했다.



김 장관은 야권이 계엄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해온 인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2일 열린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이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특전사령관과 방첩사령관 등을 불러들이면서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다며 “(당시) 계엄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김 장관뿐만 아니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옛 기무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군의 대북 첩보 조직) 등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인 장성들이 군 정보·첩보 요직을 장악한 것도 야권의 의심을 키웠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 제기에 김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장관 후보자께서 (계엄 발동 우려를) 일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주시고 여기서 확실하게 말씀해달라”고 하자, 김 장관은 “확실히 없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장관은 미필자로 군 문제에 어두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제안해 ‘국헌 문란’ 사태의 주동자가 됐다. 그의 명령으로 국회로 향한 군 병력은 유리창을 깨고 창문을 넘어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해 이를 막으려던 야당 보좌진·당직자들과 충돌했다. 군의 모든 움직임이 그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장관은 ‘형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결국 4일 오후 “비상계엄 사무와 관련하여 임무를 수행한 전 장병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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