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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사전에 이를 심의한 핵심 국무위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계엄 선포 과정에서 한 구실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 총리 스스로 말을 아끼는 탓이다. 총리실 주변에선 3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계획을 전해 들은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과 국민 여론 등을 들어 포기를 설득했으나 윤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다만 국무회의 없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윤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소집을 요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에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윤 대통령을 설득해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를 발표하도록 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선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총리로서 윤 대통령은 그를 책임총리, 실질적인 국정의 2인자라고 추어올렸지만,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비이성적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이상민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로 최측근이다. 이태원 참사 때도 경질되지 않았을 만큼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행안부 장관은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유이한’ 자리이기도 하다. 거꾸로 말하면 계엄을 말릴 수도 있는 위치다. 그러나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경찰을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국회 문을 굳게 닫고 한때 국회의원들의 출입마저 봉쇄한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장관은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상황실로 출근해 행안부 간부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장관과 행안부 간부들은 4일 0시25분께 상황실을 빠져나오면서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묻는 취재진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장관과 동행한 행안부 관계자는 “나중에 정리되면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박성재 장관은 대통령의 법무 참모로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해 의견을 표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 장관은 그러나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국민을 위한 일을 했으면 한다”며 “저는 법무부의 통상 업무를 잘 챙기도록 하고, 직에 연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나’ ‘위헌적 포고령이라는 지적에 동의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노선균 법무부 대변인도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국무회의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장관 참석 여부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헌법이나 계엄법의 해석에 따라 요건이 충족됐는지 의견 표명을 해야 한다”며 “국무회의가 요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법무부 장관은 목을 걸고 반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직 부장검사도 “대통령의 최고 법률참모인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요건에 해당하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고, 그 입장을 국민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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