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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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비상계엄이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당분간 경제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수출·내수 등 대내외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부터 나온다.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마저 꺾이지 않도록 빠른 뒷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대외 신인도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어서다. 국제 신용 평가사는 국가별 신용평가 시 ‘정치적 안정성’을 중요한 평가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대외 신인도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진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 “정치 리스크가 대외에 알려진 만큼 향후 국가 신용등급이 한두 단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는데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면서 “신용 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킴엥 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전무는 “비상계엄을 해제했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 상황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망 흐린 수출에도 부정적이다. 수출은 4분기 들어 증가율이 10월 4.6%, 11월 1.4%로 떨어져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확보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세계 각국이 한국을 안전한 공급망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축된 소비심리에 ‘계엄 찬물’
침체한 내수에도 악재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가뜩이나 소비 심리가 움츠러든 상황인데 연말 소비 대목을 앞두고 불똥이 튀었다”며 “소비를 줄이면 내수가 쪼그라들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식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1포인트(1.44%) 하락한 2464에 장을 끝냈다. 코스닥 지수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하락 폭이 2.31%까지 커졌지만,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 증시안정펀드를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 개입 의사를 밝히면서 낙폭을 일부 줄였다.
코스피 낙폭이 예상을 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세는 강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 시장(4078억원)과 코스피200 선물 시장(2425억원)에서 총 6503억원을 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3%에 가까운 하락 폭을 보이다가 0.93% 내린 5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2.02%)·삼성바이오로직스(-0.62%)·현대차(-2.56%)·셀트리온(-2.09%)도 모두 주가가 내려갔다.
특히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고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개선) 정책’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금융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금융은 5.73%, 신한지주도 6.56% 하락했다.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관련주인 한국가스공사도 18.75% 급락했다.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오후 10시30분부터 급락(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해 이날 밤 12시21분 기준 1443.51원까지 떨어졌다. 144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계엄 해제와 외환 당국 개입 노력에 전날보다 7.2원 내린 1410.1원에 마감했다. 정치적 리더십 실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문제가 남아 있고, 향후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혹은 재계엄령 선포로 이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커질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필요하면 유동성 무제한 공급 등 시장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실물경제에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 점검 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 10조원 등 마련
정부는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와 4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총 50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에 들어가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동한 이후로 증안펀드 기금을 활용한 적은 없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안펀드가 안전망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준비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유사시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김기환·김민중·김남준·나상현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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