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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앵커칼럼 오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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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울긴 왜 울어. 고까짓 것 사랑 때문에…"

나훈아가 1992년 총선 출마를 제안한 여당 핵심 인사에게 되물었습니다.

"'울긴 왜 울어'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 부릅니까? 마이클 잭슨이 더 잘 부릅니까?"

그러면서 거절했습니다.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노태우 정부 문화훈장을 사양한 이유도 이랬습니다. "가수는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훈장까지 달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딥니까?"

농사짓는 '밤나무 검사' 송종의 전 법제처장이 검찰을 떠나며 말했습니다. "모든 일은 이미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부질없이 바삐들 움직인다."

'사람은 자신의 그릇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고려 문장가 이규보가 혀를 찼지요. '제 항아리 작은 줄은 모르고 끝없이 술 채울 욕심을 낸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귀 기울이기보다 자기 말을 하는 쪽인 듯합니다. 어제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여당 중진들과 가진 회동도 그랬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수습책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방장관도 해임 대신 사임 형태로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오늘 그렇게 처리됐습니다.

대통령은 이른바 '경고성 계엄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동 후 한 대표도 말했듯, 계엄은 결코 경고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간접으로나마 처음 나온 대통령 입장, 견고한 벽 같습니다.

대통령은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번번이 감정적 충동적인 '버럭 화내기'로 악화시키곤 했습니다. 그 파국적 분출이 시대 착오와 자기 파괴의 계엄일 겁니다.

격앙된 감정은 계엄 담화에도 넘쳐났습니다. '범죄자 집단의 소굴'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포고문에는 '처단한다'는 표현이 두 번이나 등장합니다.

국민을, '처치'하고 '처분'할 대상으로 겨눈 겁니다.

밴댕이 본고장 강화도의 시인이 친구들을 밴댕이에게 인사시킵니다.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고 사셨으니… 이분이 우리 선생님이셔.'

대통령이 다시 국민 앞에 설 때 무슨 말을 할지 걱정스럽습니다. 두렵습니다.

12월 5일 앵커칼럼 오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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