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요 책임자들이 사태 이후 처음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책임자들은 사건의 경위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오히려 계엄 사태에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야당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지적하며 내란죄와 직권남용 등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야당의 지적을 번번이 막아섰다.
사죄는커녕 '신중하라' 경고, '적반하장' 12.3 책임자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하고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에 대해 질의했다. 이날 국회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조지호 경찰청장 등 사태 관계자들이 출석했다. 당초 출석 예정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일 오전 면직 처리되어 불참했다.
지난 3일 밤 계엄령 발표 안건을 다뤘던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상민 장관의 첫 발언은 '내란죄라는 표현에 신중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장관은 현안 보고에 앞서 발언을 요청하며 "'내란죄다', '내란의 동조자다', '내란의 피혐의자다'라는 표현은 더 신중을 기해주셨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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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위, 국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내란죄', '직권남용' 등 위법적 행태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행안위는 회의 도중 해당 발언들에 반발하며 퇴장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비상계엄 선포·해제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군인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표결 이후 대통령이 수긍하고, 계엄군도 바로 철수했다. 이것은 우리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숙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싱' 지휘관들만 국회 출석..."대통령이 수사 받아야"
국회에 출석한 군·경찰 지휘관들은 비상계엄 사태의 선포 과정에 대해 '몰랐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지휘관의 자리에 있었지만 병력 투입 등 실제적인 의사결정을 한 곳은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사태를 주도한 실제 책임자들은 빠지고, 지휘 계통에서 빠지는 이른바 '패싱'을 당한 책임자들만 국회에 나온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본인 역시 대통령 발표 방송을 보고서야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발표 방송이 나오기까지 군 핵심 지휘부조차 계엄령 발표가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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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패싱 당하고 총알받이가 되고 있는 꼴'이라며 당일 밤 방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이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 없이 군 병력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사령관의 지휘를 받지 않은 무장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한다는 것은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내란죄를 일으킨 대통령에 대한 즉각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제도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원 질의 과정에서 속속 드러났다. 부승찬 의원은 계엄실무편람 문건을 제시하며 △ 비상대책회의, △ 계엄선포 요건 검토, △ 국무총리 보고 등 기본적인 실무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엄령 선포를 앞두고 열린 국무회의의 회의록도 실종 상태다. 회의록 작성은 행안부 소관이지만, 이상민 장관과 담당 실무자는 당일 회의록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왜 계엄법 규정 요건에 대해 제대로 법률적 판단을 하지 않았냐'는 의원 질의에 대해 '그런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이명주 sil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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