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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중국처럼 '유튜브' 차단할 수도 없고…[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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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尹 즐겨보던 극우 유튜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임명
'틀튜브' 단골메뉴 '부정선거' 파헤치려 계엄군 선관위 점령
'체리따봉' 메시지에도 등장하는 '김건희 라인' 극우 유튜버
틀튜브 '가짜뉴스' 막으려 만리방화벽이라도 도입해야 하나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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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몇달 뒤인 2022년 여름쯤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국민의힘이 친윤계를 중심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당시 대표를 성상납 의혹으로 몰아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혼란을 겪고 있던 시절이었다.

한 친윤계 핵심의원에게 사태 수습책을 물어봤는데 이 의원은 대뜸 윤 대통령이 보내준 것이라며 유튜브 영상 하나를 소개해 줬다. 이 영상은 한 극우 유튜버가 제작한 것으로 국민의힘 내분 사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보고 이것을 핵심 측근에게 시청하라고 권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 당시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에게 이에대해 물어봤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유튜브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도 다 챙겨보신다"였다.

더 황당한 일은 윤 대통령이 즐겨본다는 이 극우 유튜버가 1년여 뒤 공무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그는 그동안 '문재인, 코로나19 군인 생체실험',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중국인 동원' 등 온갖 가짜뉴스를 유튜브로 퍼트린 인물이다.

오래전 일화를 끄집어낸 이유는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그동안 즐겨보던 극우 유튜브, 일명 '틀튜브'에 의식을 지배당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뉴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령 사실이 CBS노컷뉴스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는데 계엄군이 비상계엄 선포와 거의 동시에 선관위에 들이닥친 이유가 그동안 극우 유튜버가 지겹도록 주장해온 지난 4.10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계엄군은 정보관리국 산하 특정 부서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관리국은 개인정보 및 선거정보 관련 데이터 서버 등을 관리하는 곳이자 4.10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부정선거의 '스모킹건'이 존재할 것으로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에 계엄군이 들이닥친 이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많은 국민들'이라고 말했지만 그동안 부정선거를 주장한 이들은 극우 유튜버들과 그 추종자들이 대부분이다. 또, 이들이 고발까지 한 부정선거 사건은 경찰과 검찰에서 이미 '무혐의' 종결됐는데 느닷없이 부정선거를 파헤치기 위해 선관위를 털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을 살펴보면 이런 극우 유튜버의 세계관이 뚜렷히 반영돼 있다. 그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 "반국가 세력의 준동",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 등 윤 대통령의 담화문 대부분이 극우 유튜브들의 단골 언어들로 가득 채워졌다.

노컷뉴스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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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너무 가까이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지적은 집권 초기부터 불거졌다. 예를들어 이준석 사태 당시 윤 대통령과 권성동 전 당대표 직무대행간 오간 소위 '체리따봉' 메시지 사건에서도 극우 유튜버가 등장한다.

당시 윤 대통령이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보내자 권 전 직무대행은 '강00과 함께'라는 문자를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 이때 등장하는 강모 씨는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자유새벽당 대표이자 극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인물이다. ([뒤끝작렬] 3개월만 위기 맞은 尹정권, 돌아온 극단주의)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강 씨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목한 대통령실내 '김건희 라인'의 대표 인물로 알려졌다. 또, 행정관 재직시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정직 처분만 받은채 다시 업무에 복귀해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강 씨가 현 정권 1,2인자간 오간 은밀한 문자메시지에 등장하고, 권력서열 '0' 순위라는 김 여사의 측근으로 지목되며, 음주운전 전력에도 거뜬히 자리를 지킨 것을 보면 앞서 언급한 공무원인재개발원장 사례와 함께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을 중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렇게 대통령조차 극우 유튜버의 황당한 주장을 추종하고 있다는 의혹에 이르면 유튜브를 차단하고 있는 중국이 부러울 정도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지목되는 극우 유튜브의 '가짜뉴스'라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자랑하는 검열 시스템 '만리방화벽'이라도 도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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