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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앵커칼럼 오늘] 역사적 현장의 알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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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신발끈을 묶어주면 첫 번째 고리가 이렇게 새끼발가락 쪽으로 옵니다."

형사 콜롬보가, 피살자가 신고 있던 운동화를 갖고 와, 범인에게 끈을 묶어 보입니다. 사진과 대조해 알리바이를 무너뜨립니다.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누군가 신발을 신겨 줬고 그 누군가가 바로 당신입니다."

이번엔 마술사의 살인 트릭을 깨뜨려 굴복시킵니다. "완전 범죄라고 생각했는데…마술 속의 환상이었네요."

결정적 현장에 없었다는 부재 증명 자체가 파탄이기도 합니다.

"선생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꾸미려 했지요. 바로 그 알리바이가 당신을 교수대에 세울 겁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백 팔 명 중 아흔 명이 이르렀지요.

그런데 본회의가 시작할 무렵, 쉰 명 넘는 의원이 국회 건너편 당사에 있었습니다.

대개 친윤이거나 범주류였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 지시가 오락가락해 우왕좌왕했다고 합니다.

'즉시 국회 집결'로 시작한 지시가 '당사 3층' '국회 예결위' 다시 '당사 3층'을 오간 겁니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국회 진입이 되지 않아 당사에 모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정작 자신은 본회의 한 시간 전쯤 국회 본관에 도착해 원내대표실에 머물며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친한계에선 친윤 중심 원내 지도부가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친한계 열여덟 명마저 없었다면 보수의 적통이라는 국민의힘, 어떻게 됐을까요. 불참 의원들은 국민과 역사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동훈 대표가 사실상 탄핵 찬성에 나섰습니다. 집권당 내 갈등과 대립이 폭발할 태세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시계를 45년 전으로 돌려놓고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수습책은커녕 무슨 일인지 설명조차 없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한 대표에게 독대를 요청해 만났습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자신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을 못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집권당이 어떤 길을 갈지, 국민이 지켜봅니다.

민심과 역사의 소용돌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부재 증명'의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12월 6일 앵커칼럼 오늘 '역사적 현장의 알리바이'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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