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시민 5만 명 집결…비상계엄 규탄하며 민주주의 수호 외쳐
"내란수괴 윤석열 퇴진" 촉구…탄핵소추안 표결 앞두고 촛불 열기 고조
6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역 인근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퇴진 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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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이 뜨겁다. 비상계엄 사태로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에 진입했던 충격적인 사건 이후,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로 모인 시민들은 각기 다른 배경에도 한목소리로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6일 오후 6시,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내란범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 집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약 5만 명(주최 측 추산)이 촛불과 양키캔들, 아이돌 응원봉 등을 들고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의 공포를 증언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YWCA 유은비 활동가는 "12월 3일 (비상계엄) 속보를 보고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뉴스에서) 이어지는 장면은 더 비현실적이었다.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에 들어가고, 무장한 계엄군은 창문을 부수며 국회에 진입했다"며 "내란 주동자인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고 퇴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2·12 군사반란 이후 45년 만에 윤석열이 금기를 깨고 군대를 불법적으로 동원했다"며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쿠데타가 몇 차례 있었지만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직접 쿠데타를 일으킨 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쿠데타의 주범 내란수괴가 아직도 계엄 발동권을 가진 국군통수권자로 건재하게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비상계엄령을 발동해 2차, 3차 내란을 도모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희 회장은 "계엄이 시작됨과 동시에 시민들이 곧바로 국회로 모이지 않았다면, 긴급하게 국회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만 해도 참담하다"며 "(내일) 국회 앞에 모이자. 누가 이 나라를 지키고, 배반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자"고 외쳤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역 인근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퇴진 시민촛불'에서 무대에 오른 고등학생 박겸도(18)군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지키기 위해서 저 무도한 정권과 인권을 탄압하고 우리를 짓밟으려 시도한 정권을 무찌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박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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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특히 '군부 독재의 역사'를 실제로 경험한 적 없는 청년 세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촛불을 들고나온 이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생 박겸도(18)군은 "계엄이라는 두 글자가 뉴스에 떠 있을 때 1980년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게 됐다"며 "아직도 오후 10시 30분만 되면 몸이 굉장히 떨리고 두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지키기 위해서 인권을 탄압하고 우리를 짓밟으려 시도한 정권을 무찌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이어 무대에 오른 대학생 김정아씨는 "12월 3일 내란의 밤, 비상계엄 소식을 듣자마다 발 벗고 뛰쳐나갔다"며 "자정쯤 국회에 도착했는데 국회 정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제가 서 있는 곳에서는 군 헬기 3대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새벽 1시에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가 의결되지 않았더라면, 새벽 2시에 군대가 철수하지 않았더라면 거기서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국민이 죽음의 공포에 떨어서 되겠는가. 사람이 정치적 뜻을 표현하는 데 목숨을 걸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2차 계엄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심국제고등학교 재학생 신선우(17)군은 "수업 시간에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은 국민한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힘도 결국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배웠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을 군사적으로 탄압하려 시도한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신군은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의 선을 넘은 행위"라며 "청소년들도 이를 알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가 고향인 부모에게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는 김민서(19)씨는 "2024년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공포에 떨며 전화로 위험하니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당시 너무 패닉이 와서 버스를 잘못 타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촛불을 들고 있던 대학생 박모(21)씨도 "(한국 사회는)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윤 대통령이 본인 살자고 계엄령을 내려서 화가 난다"고 했다.
6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퇴진 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박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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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던 김모(59)씨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그날 밤 한숨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신속하게 행동하고, 시민들이 여의도에 모여 계엄군을 막아낸 덕분에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언제든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며 불안해했다. 1980년대 학번이라는 김씨는 "지하철역에서부터 많은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다"며 "청년이 국가의 어려운 상황에서 나서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연세민주동문회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이강수 사무국장은 "(3일 밤의 비상계엄은) 과거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며 "그 공포를 이겨내고 여의도로 뛰어나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수천 명이 뛰어나왔고, 연세민주동문회 회원들도 (그날 밤) 거리에서 수십 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탄핵을 당론으로 막겠다고 하지만, 이는 내란죄의 공범이 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는 직접 시민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웠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내란죄 윤석열 퇴진', '민주주의 사수' 등의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 지켜내자', '탄핵 반대하는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후에도 시민단체와 야당,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 대개혁! 범국민 촛불대행진'이 국회 앞에서 열린다. 촛불 민심은 탄핵 표결을 향한 여론의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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