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구조 자체가 주제…화자의 말마다 아이러니"
기자회견하는 한강 |
(스톡홀름=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황재하 기자 =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는 읽기에 쉽지 않은 소설이다. 수위의 파격이 높은 데다 아이러니가 가득 차 있어서다.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유해 도서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고, 일부 도서관에서는 폐기되기도 했다. 한강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유해 도서 낙인이 찍힌 건 가슴이 아픈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를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오해도 많이 받고 있다"며 "그게 그냥 이 책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다. 소설은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통상의 소설과는 달리 주인공이 말을 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영혜의 독백이 일부 나오지만, 나머지는 철저하게 대상화된다. 한강은 주인공이 "오해받고, 혐오 받고, 욕망 되고, 동정받는다"고 설명한다.
"이 구조 자체가 이 책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 속에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라는 문학적 장치가 있는데 첫 번째 장의 화자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화자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장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신뢰할 수 없고, 마지막에도 주인공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신뢰할 수 없는 면을 갖고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할 때 문장마다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하면서 읽어주시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 한강 |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의 아픔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설은 계엄군 총에 맞은 친구 정대를 찾다가 전남도청에서 희생자 시신 뒷수습을 도운 중학생 동호. 그와 함께한 여고생 은숙과 양장점 미싱사 선주, 그리고 대학생 진수가 겪은 5·18 전후 삶의 모습을 건조한 시선으로 그렸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는 과정이 저를 많이 변화시켰고.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책이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깊이 공부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계엄의 폭력성과 잔혹함을 깊이 절감했다. 한강은 소설에서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낸다.
"도청 담장 앞에 던져진 주검들의 등과 뒤통수가 함부로 바닥에 쓸리고 튀어 올랐다. 몇몇 군인들은 커다란 방수 모포를 펴서 네 귀를 나눠 잡고, 도청 안마당에서 여남은 사람의 주검을 한 번에 쓸어 담아 나왔다."(소년이 온다 中)
실제로 이와 유사한 처참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당시에 국민 대부분은 그런 현장을 알지 못했다. 통신이 두절됐고, 카메라는 꺼졌다. 광주는 철저하게 고립돼 있었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2024년 계엄군 모습 |
그런데, 그가 주로 자료를 찾으며 공부했던 계엄령이 난데없이 2024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후인 2024년 '비상계엄'은 예전과 달랐다. 방송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 한강은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마치 아들에게 하듯이 잘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경찰분들,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아마 많은 분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명령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며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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