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웃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6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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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정된 후 한강 작가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 정도가 전부였다. 이 때문에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6일(현지시간) 진행된 한강 작가의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한강 작가도 기자회견에 대한 부담감을 부인하지 않았다. 노벨상 관련 일정이 진행되는 노벨 주간(5~12일)에서 이날을 "가장 어려운 날"이라고 했다. 긴장한 건 취재진도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 예정 시간(오후 1시)을 1시간 반가량 남겨둔 때부터 한국과 세계에서 온 80여 개 매체 취재진은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했고, 한강 작가가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하기 몇 분 전부터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6일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문학관에서 한강(오른쪽)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첫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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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거운 주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기자회견장에는 이따금 웃음이 터졌다. 한강 작가가 특유의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이며 약 5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느냐'고 했다.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강 작가는 "가족들이 너무 크게 잔치를 하겠다고 해서 (만류했던 것인데) 축하를 하고 싶지 않다고 알려지는 오해가 있었다"는 소탈한 답변을 내놓으며 웃어 보였고, 취재진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한강 작가는 "축하 자체를 안 한다고 알려져 사실 좀 당황했다. 축하를 했다. (대신) 조용한 축하를 했다"고 덧붙였다.
6일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문학관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첫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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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국어 답변을 영어로 전달하는 통역가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강 작가가 전쟁 등 현재의 비극을 염두에 두며 "때로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근데 요즘은 얼마 전부터, 몇 달 전부터, 아니면 그전부터일지도 모르겠는데,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부분을 통역가가 다소 짧으면서도 확정적 어조로 답하자, 한강 작가가 그를 향해 "굉장히 낙천적으로 말한다"고 얘기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질문은 영어, 답변은 한국어'로 이뤄졌는데, 한강 작가는 때로 영어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로 분류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에도 한강 작가는 유머를 곁들였다. 그는 스페인에서 만난 학생들이 채식주의자를 읽고 토론하는 모습에 굉장한 감명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학생들이 채식주의자에 사인해 달라는 요청을 할 때면 '소년이 온다'를 읽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관련 일정이 진행되는 노벨 주간을 맞은 6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건물 외벽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비롯한 여성 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으로 만든 미디어 파사드가 밤을 수놓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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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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