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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105명(7일 오후 8시 기준)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이에 따라 12‧3 계엄 사태에서 촉발한 탄핵 정국은 사실상 장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거다.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건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가‧환율‧수출 등 어느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게 없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경제수장들의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점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조치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히 해제됐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고, 그 결과로 시장 안정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 총재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경제 성장 모멘트가 있고, 이것들이 정치적 이유와 분리돼 있어 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를 일축한 거다.
특히 그는 "계엄 상태가 오래됐으면 해외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지만, 6시간 만에 상황이 끝났기에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와 '룰 베이스'가 잘 자리 잡았음을 보여줄 기회"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그 자체가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거 유사한 정치 상황에서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 "장단기 채권시장, 예수금, 퇴직연금 등에 급격한 쏠림 현상은 없고, 금융회사 유동성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비상계엄과 해제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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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우선 기본적인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다.
한은이 지난 11월 28일 발표한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다. 기존 전망치보다 0.2% 낮췄다. 이후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9%, 2026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2년 연속 2% 성장을 밑돈다는 거다.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니라 침체를 넘어 불황이 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다.
잠재성장률 전망치도 좋지 않을 듯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연말까지 한은이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1%대에 그칠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쉽게 말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1%대로 본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장기ㆍ구조적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10월 수출은 600억8000만 달러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0%에 머물렀다. 9월 수출 증가율(9.5%), 2023년 10월 수출 증가율(7.6%)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더 심각하다. 지난 2일 1406.50원을 기록한 이후, 5거래일 연속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6일 환율은 1420.00원으로 기록했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2022년 등 국내 신용 리스크가 불거졌던 시기에 등장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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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따라 경제 심리는 더 위축되고 있다. 주식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상계엄 이후 사흘째인 6일, 2451.60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2397.73(시초 대비 -2.2%)까지 떨어졌다가 2428.16(-1.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670.70에서 시작해 644.39(-3.9%)로 하락했다가 661.33(-1.4%)으로 마무리됐다.
변동성이 상당히 컸다는 건데, 이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거다. 증권가에서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연 경제수장들의 낙관론, 믿어도 되는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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