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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韓 반도체, 대만에 투자·기술, 中에 가격 밀리고 정치 혼란까지...위축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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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반도체 엑스포에 차려진 중국 D램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 부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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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축이 현실이 됐다. 장비 구매 등 투자에서는 대만과 순위가 뒤집혔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은 중국에 3%p까지 따라잡힌 상황에서 정치적 혼란까지 덮쳤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양대 기술 주도국인 한국과 대만의 증시 격차가 역사적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8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장비 청구액에서 한국은 대만에 2위를 내줬다. 협회가 지역별 반도체 장비 청구액(구입·주문)을 집계해 발표하는 이 수치는 어느 나라의 반도체 투자가 활발한지 알려준다. 지난 3분기 지역별 순위는 중국 129억3000만 달러(약 18조4300억원), 대만 46억9000만달러(약 6조 6800억원), 한국 45억2000만달러(약 6조 4400억원), 북미(44억3000만 달러) 순이었다.



韓 반도체, 대만에 투자 2위 내줘



지난 1년 간(2023년 3분기~2024년 2분기) 한국은 반도체 장비 구매에서 세계 2위 큰 손이었다. 2022년 중반 시작된 반도체 불황이 지난해 하반기 풀리기 시작하며 메모리 등에서 국내 투자가 대만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1년을 못 갔다. 대만은 TSMC가 엔비디아·AMD 등의 첨단 파운드리 주문을 싹쓸이하면서, 지난 1년간 장비 구매액을 25% 늘렸다. 게다가 4위 미국은 연 77%씩 장비 구매액을 늘리며 한국을 바짝 따라붙어, 이대로라면 한국은 장비 구매 3위도 미국에 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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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SEMI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303억8000만 달러(약 43조원)였다. 아짓 마노차 SEMI 최고경영자(CEO)는 “북미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고, 중국은 계속 지출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날아가는 대만, “트럼프 시대에 韓보다 유리”



첨단 파운드리에서는 대만과 격차가 벌어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9.3%로 전 분기(11.5%)보다 2.2%p 하락해, 1위 TSMC(64.9%)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TSMC는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용 칩과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 증대로 매출을 늘렸고, 최근 아마존도 자체 설계한 AI칩 트레이니엄을 TSMC의 첨단 공정에 맡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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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앞으로가 더 문제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올해 대만 주가는 30% 가까이 급등해 2009년 이후 최고치”라며 “한국은 정치적 혼란에 빠지며 AI 붐을 누리는 대만에 뒤처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한 “TSMC는 글로벌 AI 무역의 주요 부분으로 여겨져 미국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JP모건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인용하며,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위협에서도 대만이 한국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도했다.



쓸어가는 중국, 메모리·파운드리 턱밑



중국은 구공정 파운드리와 저가 메모리에서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세계 파운드리 3위인 중국 SMIC의 점유율은 6%로, 2위 삼성전자와 격차는 3.3%p에 불과하다. SMIC는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구형 공정에 이어 12인치를 쓰는 첨단 공정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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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창신메모리(CXMT) 공장. 사진 CXMT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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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의 덤핑(저가 판매)은 계속된다. 범용 D램 메모리인 DDR4 8GB 제품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2.1달러에서 1.35달러로 36% 하락했는데, 메모리 업황이 바닥이던 지난해 7~8월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장비 업계 이중 타격, 정책 지원 불투명



이처럼 국내 반도체 투자는 위축되는데,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로 국내 장비 업체는 중국 수출도 제한받게 됐다. 한 국내 장비업체 임원은 “HBM이 착시를 일으킬 뿐 국내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데, 중국 수출도 줄면 이중의 타격”이라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용으로 각광받지만,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는 모기업의 자금 사정 등으로 생산 용량 증대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HBM의 수혜를 받는 국내 장비 업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거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 간담회에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트럼프 시대에 업계 이익을 보호하고 불확실성을 낮춰달라”며 “반도체특별법 입법에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산업부는 “국회와 협의해 반도체 기업 세액공제율 상향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놓고 극한 대립에 빠진 가운데 정책 지원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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