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토)

응원봉 흔들고 민중가요 대신 에스파 '위플래시'…달라진 집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尹 퇴진 촉구 집회, 콘서트장 분위기
"50대 이상, 노래 몰라도 방방 뛰자"
"민중가요 두 곡 뿐… 광장 노래 달라져"
시민단체·노조 깃발 대신 이색 깃발
한국일보

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탄핵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청년층이 다수 참여하면서 새삼 달라진 집회 풍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K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음악소리와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 등이 등장하면서 시민들은 물론 외신까지도 주목했다.

AFP통신은 7일(현지시간) 국회 앞 시위 소식을 전하며 "K팝 속에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보도했다.

에스파, 소녀시대 노래 맞춰 '떼창'


지난 7일 열린 집회에선 에스파 '위플래시'를 비롯해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 나가', BTS '불타오르네', 로제·브루노마스 '아파트' 등 유명 대중가요가 다수 흘러나왔다.

이날 집회에 참석했던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0대 이상 여러분, 다음 집회까지 최소한 '다시 만난 세계' 등 4곡은 두어번씩 들어보고 불러보고 가자"며 "노래를 몰라도 쭈뼛거리지 말고 같이 방방 뛰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전날 집회에 다녀온 뒤 SNS에서 "에스파의 '위플래시'만 활용한 것이 아니었다. 부석순 '파이팅 해야지', 샤이니의 '링딩동' 같은 노래들이 연달아 이어졌다"며 "그 중 민중가요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야에서' 정도뿐이었다. 2024년 광장의 노래는 이렇게 달라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촛불 대신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

한국일보

지난 6일 국회 인근에서 시민들이 탄핵이라고 적힌 보이그룹 NCT 응원봉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촛불, 휴대전화 플래시 등이 주로 사용됐는데, 이번 집회에선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이 등장했다.

B씨는 SNS에 "국회 앞 탄핵 응원봉이다. BTS, NCT, 세븐틴, 뉴진스 (응원봉) 등 다 봤다"며 "(음악은) 소녀시대 노래가 잘 어울리더라"라고 후기를 남겼다. 그가 공유한 영상엔 집회 참석자들이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음악에 맞춰 떼창을 하고 응원봉, 야광봉 등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아이돌 팬클럽이 아닌데도 집회에 사용할 목적으로 응원봉을 사고 싶다는 글과 발광이 잘 되는 응원봉을 수소문하는 글 등이 다수 올라왔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등 이색 깃발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린 지난 7일 국회 인근에서 포착된 이색 깃발들. 온라인 커뮤니티, SNS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집회 현장에서 주로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깃발이 주로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참신함이 돋보이는 이색 깃발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이라고 적힌 깃발에는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는 글과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있는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밖에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전국 깃발 준비 못한 사람 동호회', '전국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연합회' 등 자신의 취향이나 성향 등을 반영해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명칭을 패러디한 깃발이 다수 있었다.

또 '불안해서 집에서 게임도 못 하겠다'는 피켓을 등에 붙인 채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는 집회 참석자도 있었고, 웹소설 작가로 보이는 인물은 '마감하기도 급한데'라는 깃발과 함께 노트북을 펼쳐둔 사진을 SNS에 공유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