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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아사드 몰락에 중동 세력 재편…러·이란 울고, 튀르키예 웃고[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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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아사드 정권에 많은 자본 투자…중동 지위 상실

반군 지원한 튀르키예, 영향력 확장 및 난민 문제 해결

뉴스1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사실상 13년간 이어진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시티역 광장에 모인 시리아인들이 아사드 정권 붕괴에 환호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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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며 이란의 '저항의 축'이 약화하는 등 중동 세력 재편이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도망쳤다"며 "다마스쿠스의 자유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부터 13년 동안 내전을 벌여왔다. 내전은 2011년 아사드 대통령의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됐는데,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 주변 아랍국 및 서방 국가의 개입,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등으로 비화하며 수년째 계속됐다.

러시아는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시리아 정부 요청으로 시리아에 주둔 중이며,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시리아 정부군을 도왔다.

반면 튀르키예는 반군을 지원함에 따라 내전 발발 직후 시리아와 외교 단계를 단절했다. 20년 이상 장기 집권 해온 아사드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내전 발발 이후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또 아랍연맹(AL)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를 연맹에서 퇴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은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끊었는데, 지난해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을 계기로 아랍국가들이 관계 복원에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시리아는 헤즈볼라와 이란의 육로 역할을 해왔는데, 이들이 지원하는 정부군이 패배하면서 이슬람 시아파 동맹인 '초승달 벨트'의 세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전무이사는 CNN에 "시리아를 잃는 것은 이란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란이 중동에서 너무 많은 지위를 잃으면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사드 반대파의 주요 정치인 바드르 자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이 지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본다"며 "튀르키예는 강해졌고, 러시아와 이란은 약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시리아에서 모든 영향력을 잃지는 않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국제위기그룹의 수석 고문인 디나 에스판디어리는 WSJ에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은 이란에 확실히 일시적인 좌절이지만, 이란은 기회주의적이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운영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란은 장기전을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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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4.07.2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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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를 지원해 온 러시아도 난처하게 됐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에서 러시아를 연구하는 니콜 그라예프스키 연구원은 CNN에 "반군의 진격은 러시아에 매우 큰 위협"이라며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에 너무 많은 자본을 투자했고, 시리아를 잃는 것은 강대국으로서의 더 광범위한 지위와 중동에서 기동할 수 있는 능력만큼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한 것이 시리아 정부군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라예프스키 연구원은 "아사드 정권은 반군의 최근 공세에 대비하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중하느라 주의가 산만해진 틈을 타, 반군이 시리아 영토를 점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로서는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난민 문제 해결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쿠르드 민족주의에 반대하며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을 따라 쿠르드 반군을 몰아내고 완충지대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이 논의도 탄력을 받을 여지가 생겼다.

또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발생한 약 480만 명의 난민 중 310만 명이 튀르키예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는 난민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며 유럽연합(EU)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해 왔으나, 튀르키예 내에서 반(反)시리아 폭동을 부추기는 등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WSJ은 "이러한 지각 변동의 결과는 중동과 세계의 힘의 균형에 심오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반군이 이끄는 행정부로의 이행이 얼마나 질서 있게 이뤄질지, 시리아가 또 다른 내전을 피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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