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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알아사드, 결국 ‘뒷배’ 러 망명…시리아 반군 승리, 중동 재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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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내 시리아 주민들이 이스탄불 파티흐 모스크에서 시리아 반군 깃발을 흔들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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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시리아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의 승리로 53년간 시리아를 집권했던 아사드 독재 정권이 붕괴했다.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기 직전 피신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뒷배’였던 러시아로 도피했으며 러시아는 아사드와 그의 가족의 망명을 받아들였다. 시리아 내전은 미국, 러시아, 튀르키예 등 강대국의 대리전장으로 비화하며 13년간 지속됐다. 아사드 정권 몰락과 그에 따른 반군 행정부로의 정권 이행은 요동치는 중동정세의 새로운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뒷배’ 러시아로 도망친 ‘독재자’ 알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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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이 승리로 53년간 시리아를 집권했던 아사드 독재 정권이 몰락하면서 8일(현지시간)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도피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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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기 직전 러시아 모스크바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아사드와 그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며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그들에게 망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년부터 30년 장기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둘째 아들이다. 1994년 형 바질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후계자가 됐다. 2000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34세였던 그는 ‘40세 이상인 시민이 대통령 선거 출마가 가능하다’는 법을 개정해 단독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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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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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2011년 알아사드 대통령은 민주화를 요구하던 평화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해당 사건을 계기로 반군이 등장하면서 내전이 진행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특히 내전 발발 후에는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대통령의 ‘뒷배’였다.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정부군을 지원하며 반군 진압을 거들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해군기지와 군사 비행장 등을 두고 있기도 하다.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시리아에서 포용적 과도정부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냈다. 친(親)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알아사드 정권을 후원했다.

러·이란 혼란 틈타 반군 승리…바이든 “시리아 국민에 역사적 기회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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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파티흐에서 한 시민이 얼굴에 반군 깃발을 칠한 채 시위에 참석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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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을 비판했던 미국 등 서방세계는 시리아 상황을 반기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아사드 정권은 문자 그대로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리아인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근본적인 정의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야만의 상태가 마침내 무너졌다”며 “불확실한 이 시기에 평화와 자유, 단결을 기원하고, 프랑스는 중동 지역 모두의 안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철권통치였던 알아사드 대통령이 무너진 배경으로는 그를 지원했던 러시아와 이란의 비상 상황이 꼽힌다.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으로 각각 국내 상황에 집중하면서 시리아 정부 세력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다른 지역의 혼란으로 시리아 정부가 무력하고 산만해졌기에 무너졌다”며 “중동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지각 변동”이라고 평했다.

CNN은 “급격히 바뀐 아사드 정권의 운명은 시리아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 남부와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정해졌다”며 “러시아 공군과 이란의 대리세력 헤즈볼라라는 ‘목발’이 없는 상태에서 떠밀리자 그냥 쓰러져 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시리아 정권이 가장 절실히 도움이 필요할 때 후원자인 이란이 나가버렸다”고 논평했다.

시리아 반군 분열 등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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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시리아 대통령에서 반군이 무기를 들고 서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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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떠났지만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 행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반군 내 분열과 알력 다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군에는 HTS 외에도 민주주의 세력, 쿠르드족 민병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등 뿌리가 다른 여러 정파가 반군에 뒤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와 이해관계가 얽힌 이웃 국가들도 경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동 요충지’ 시리아는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이라크, 튀르키예, 레바논을 비롯해 아사드 정권을 후원한 러시아, 이란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 종교 분파가 심한 이라크는 이번 사태가 수니파의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이라크 민병대는 시아파인 알아사드 대통령을 돕기 위해 지원을 나서기도 했다.

반정부군 편에 선 이스라엘은 반군이 승리하자 1974년 후 50년 만에 시리아 접경 지역 일대에 군사를 배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북쪽 시리아와 접경한 골란고원 점령지를 찾아 “이란 ‘악의 축’에서 핵심 고리였던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다”며 “중동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미국 등은 시리아의 무질서한 상황이 자국의 이익에 악영향을 줄지 우려하고 있다”며 “차기 행정부를 어떻게 꾸릴지 구상이 없는채로 반군 정권이 붕괴되면 이웃 국가에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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