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시리아인들이 튀르키예 하타이주의 한 국경 검문소에서 시리아로 넘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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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되자마자 유럽 정부들이 잇따라 시리아 출신 난민들의 망명심사 절차를 중단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져 본국에 돌아가려는 난민들이 생기자 이번 기회에 이민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아의 전후 혼란이 수습되기도 전에 난민들을 송환하려는 시도까지 속출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9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정치적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망명 신청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유럽국 중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국가로, 독일에 현재 계류 중인 시리아인 망명 신청은 4만7270건이다. 영국도 “현재 상황을 평가하는 동안 시리아 출신 난민의 망명 신청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 등 유럽 주요국 정부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허가한 망명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보수 성향인 오스트리아국민당 소속 게르하르트 카르너 내무장관은 “시리아로의 송환과 강제추방 절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의 엔스 슈판 원내부대표는 귀국하려는 난민들에게 1000유로(약 150만원)를 정착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전세기를 띄워 난민들을 돌려보내자고 주장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일부 지자체가 시리아 난민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미들이스트아이가 보도했다.
이들의 논리는 반대파에 대한 정치탄압을 자행하던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됐으니 망명 신청자를 보호해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극우 성향인 독일을위한대안(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알아사드 정권 몰락을 기뻐하는 시리아인들의 영상을 게시하며 “독일에서 ‘자유 시리아’를 찬양하는 사람이 (시리아에서) 도망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그들은 즉시 시리아로 돌아가야 한다”고 썼다.
실제로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 귀국을 택하는 시리아 난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났던 수니파 주민들은 수니파 반군의 승리를 계기로 귀향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레바논 등 인접국 국경에는 시리아로 돌아가려는 난민들 수백 명이 몰렸다고 튀르키예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시리아로의 ‘강제송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독일의 최대 난민 권리옹호단체 프로아실은 “시리아는 아직도 무장단체가 국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혼란과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인프라 대부분이 파괴됐고 생활여건이 정상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곳에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고 국제적 보호 의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도 의회 보고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시리아로 향하는 사람들의 흐름이 빠르게 역류할 수 있고, 위험한 불법 이주 경로를 통해 유럽과 영국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 10년 이상 해외에서 생활하며 현지에 정착한 난민들 가운데서는 현실적으로 고국에 생활기반이 없어 귀향이 불가능한 이들도 적지 않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날 성명에서 “자발적이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귀환이 이루어지고 난민들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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