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이란 지원해 온 아사드 정권 붕괴
타르투스 해군시설·흐메이밈 공군기지 '거점'
"테러리스트"→"무장반군"…아사드와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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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지난 2021년 9월1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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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 붕괴 후 러시아는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거점을 보호하기 위해 반군과 접촉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가디언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지난달 27일 공격을 개시, 11일 만인 지난 8일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함락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13년 내전이 종식됐고, 대를 이어오던 아사드 일가의 53년 철권 통치도 막을 내렸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했고, 총리는 9일 반군에 권력 이양을 합의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을 받아왔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2011년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 이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받아 영토 대부분을 장악했고, 러시아는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지중해 항구 타르투스 해군 시설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 붕괴로 러시아가 운영하던 주요 군사 거점의 운명도 불확실해졌다.
이 두 가지는 러시아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타르투스 시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중해 접근권을 제공하고, 흐메이밈 공군기지는 아프리카로 출입하는 항공편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리아 내 군사 기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크렘린의 한 소식통은 타스통신에 시리아 반군이 러시아 군사기지와 외교시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크렘린은 이 군사 거점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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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AP/뉴시스]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시리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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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미 아사드를 축출한 시리아 반군 지도자들을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러시아의 주요 국영 통신사인 리아노보스티와 타스는 HTS를 '테러리스트'에서 '무장 반대 세력'으로 표현을 완화했다. 이것은 큰 변화로 풀이된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 중 HTS에 대해 "시리아 땅을 점령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서방 지원 테러 조직"이라고 비난했었다.
러시아의 또 다른 입장 변화는 모스크바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이 반군의 별 3개 깃발을 게양한 데에서 읽힌다.
주모스크바 시리아 대사는 러시아 RT 인터뷰에서 입장을 바꿔 아사드 전 대통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 체제의 수장이 이렇게 비참하고 굴욕적인 방식으로 탈출한 것은…변화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새벽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시리아 대사관은 타스통신 인터뷰에선 "새 지도부 대표들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스탠스 변화는 초기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대사관이 약탈당한 것과 달리 러시아 대사관은 멀쩡한 채로 남아 있다. 타스통신은 시리아 소식통을 인용해 반군이 러시아의 두 개 군사 기지에 "침투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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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쿠스=신화/뉴시스] 9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이스라엘군(IDF)의 공습 이후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IDF는 반정부군이 장악한 시리아 내 화학무기와 장거리 로켓 시설로 의심되는 곳들을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들어설 새 정권이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세력의 손에 이들 무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024.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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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통들은 러시아가 2003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가 2021년 아프가니스탄 권력 장악 후 크렘린의 구애를 받았던 탈레반에 취했던 전략과 비슷한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빈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인 전직 러시아 외교관 니콜라이 소코프는 "러시아는 권력과 통제권을 가진 자들과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고, 이를 잃은 자들을 버린다"고 주장했다.
아사드 전 대통령의 망명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결정했다. 그러나 크렘린은 푸틴 대통령이 아사드 전 대통령과 공개 회담을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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