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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재난에 투입할 돈까지 끌어 썼다”…역대급 감액 예산, 이런 꼼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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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673조 내년 예산 통과
특활비, 특경비 줄줄이 삭감
예비비 4.8조 중 절반 날렸지만
민주당 1.3조 목적예비비 지정
사실상 증액 해당해 꼼수 논란
대왕고래 예산 8억만 남기고 삭감
민주 이재명 지역화폐 1조 증액 요구
정부 4000억 제안했지만 협상 결렬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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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192석을 가진 야당 주도로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정 처리기한인 2일을 넘겼지만 계엄과 탄핵 등 정국 혼란 속에서도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속도를 낸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역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1조원 증액을 주장해 막판 여야정 협상이 깨졌다.

10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간 ‘2025년도 예산안 수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 깎인 673조3000억원이 내년 예산으로 최종 확정됐다.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은 증액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 주도로 정부안에서 삭감한 부분만 반영됐다. 원래 감액 후 증액이 이뤄져야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주요 감액 항목을 보면 정부가 4조8000억원 편성한 예비비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이 삭감되고 2조4000억원만 남았다. 예비비는 다시 재해, 재난 등 목적을 정한 목적예비비와 그 외 임시 용도로 사용되는 일반예비비로 나뉘는데, 민주당은 목적예비비로 배정된 2조6000억원 중 1조원을 깎고 1조6000억원만 남겼다.

문제는 목적예비비 지출 용도에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을 끼워 넣었다는 점이다. 일반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해야 할 부분인데 꼼수 증액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각각 1조원, 3000억원으로 목적예비비 대부분을 무상교육에 할당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해 대책에 사용해야 할 목적예비비 대부분이 고교·5세 무상교육에 사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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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이 통과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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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도 전액 삭감됐다. 각각 82억원과 587억원이다. 특히 검찰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은 마약수사 등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000억원 삭감됐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매년 이자를 지불한다. 내년 예산으로 정부는 30조4700억원을 책정했지만 국회는 금리 인하 상황 등을 감안해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달 20일 전후 본격 시추에 나서는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도 사실상 전액 삭감됐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은 505원이지만 민주당은 8억원만 남기고 497억원을 감액했다. 정부는 한국석유공사 자체 자금 등을 동원하면 1차 시추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여야와 기획재정부는 본회의 시작 직전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기존 감액안에서 2조1000억원을 복원하고 9000억원을 증액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며 “민주당은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도 증액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기재부와 국민의힘이 그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민주당이 삭감한 예비비 중 1조8000억원 복원을 제안했다.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3000억원 복원을 주장했다. 지역화폐 예산 4000억원, 고교 무상교육 지원 3000억원, 인공지능·재생에너지 예산 2000억원 등을 증액안으로 제시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증액안이 있는데 우리가 받을 수가 없었다”면서 “일부는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화폐에 대한 요구가 너무 과다해서 정부도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지역화폐 예산이 3000억원이었는데, 정부 쪽에서 1000억원 증액해 4000억원으로 하자고 제안 했지만 민주당이 1조원 예산에서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왕고래 예산에 대해 김 의장은 “정부 여당은 대왕고래 사업 매장 가능성이 20% 정도 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500억원을 편성했는데, (야당이) 전액 깎았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안타까운 예산 삭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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