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左), 김태호(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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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이번엔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싸고 거친 신경전이 벌어졌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후임자를 뽑는 경선은 12일 열린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등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대표적 친윤계로 꼽히는 권성동(5선·강원 강릉) 의원과 김태호(4선·경남 양산을) 의원 간 2파전으로 치러진다. 정치권에선 “향후 정국 수습책과 당 진로를 둘러싸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전면전이 개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 회의에선 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에는 권 의원을 비롯해 권영세·나경원·윤상현 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후보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고, 현 정부 출범 직후엔 여당 원내대표를 맡아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도 불렸다.
권 의원은 회의 직후 “중진의원 다수가 ‘어려운 상황에 그래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서 어려운 당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어 달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현 정부 실정과 민심 이반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윤핵관 인사가 탄핵 정국에서 전면에 나서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친한계 역시 격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부터 이날 오전 중진들의 ‘권성동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중진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발동 당시 석연치 않은 행위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권 의원은 그날 뭘 했느냐”며 “권 의원이 새 원내대표가 되면 ‘내란 동조당’ 프레임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를 향해선 “진짜 구제 불능”이라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발동했으면, 최소한 자숙 모드는 유지해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작 친한계는 원내대표 후보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간 친한계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김성원(3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후보 등록 마감을 10여 분 앞두고 최근 친한계와 닮은꼴 행보를 보인 김태호 의원이 출마를 신청하면서 겨우 경선이 성사됐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에 “친한계의 출마 권유는 없었다. 당내 변화 요구가 있고 이를 풀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이렇게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한 건 향후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흘러갈 경우 그 구성 권한을 원내대표가 갖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일 당 지도부 공백 상태가 발생하면 당헌상 원내대표가 지도부 구성의 키를 쥐게 된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도 커진 만큼 주도권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권 인사 사이에선 “정권이 다 무너지고 당도 난파선이 됐는데, 아직도 서로 선장이 되겠다고 권력 다툼만 벌인다”는 탄식이 나왔다.
오현석·김기정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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