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지금 ‘또 요리’ 시대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로맨틱 이탈리아 편’에 출연한 배우 이세영이 캠핑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tvN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기도 밥, 저기도 밥이다. TV 채널을 돌린 게 분명한데, 보다 보면 또 요리를 하고 있다. 집에서 하든, 밖에서 하든, 국내든 해외든 누군가는 만들고, 또 누군가는 먹고 있다. 유럽 산골에서 야생화가 핀 들판을 바라보며 된장찌개를 끓이는가 하면(tvN ‘텐트 밖은 유럽’), 무인도를 방문한 이들에게 현지에서 채취한 해산물로 즉석 요리를 한다(MBC ‘푹 쉬면 다행이야’).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몇 주 정도 지내며 현지 조달한 재료로 이 밥, 저 밥 요리해 먹는 ‘삼시세끼’(tvN)류는 요즘 명함도 못 내밀 지경. 먹성 좋은 것으로 유명한 배우 이장우가 나선 ‘시골마을 이장우’(MBC)에선 그가 전북 김제를 1년간 오며 가며 직접 농사짓고 폐양조장을 재건해 막걸리를 만든다. 동네 어르신들께 자신이 만든 ‘안주’를 대접하는 건 기본이다.
◇예능은 온통 ‘또 요리’ 시대
요리 예능 시대다. 한때 방송가를 점령했던 셰프테이너(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는 셰프)의 인기가 시들해져 갈 즈음, 이젠 연예인이 자신만의 레시피를 알리기 바쁘다. 방송가에 유행처럼 번졌던 여행 예능이나 육아 예능, 부부 예능 등도 최근 들어선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티격태격 싸우던 부부도 요리를 두고 풀어지고(SBS ‘동상이몽’), 스튜디오에 모여 게스트들의 사연을 들었을 법한 방송들도 이젠 게스트 취향에 맞는 요리를 해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ENA ‘현무카세’).
잠시 주춤했던 셰프테이너의 위세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흥행 열풍에 ‘흑백요리사2’도 제작을 알린 한편, ‘셰프테이너’의 원조격이었던 ‘냉장고를 부탁해’(JTBC)도 5년 만에 돌아와 오는 15일 첫 방송한다. 원년 멤버인 이연복·최현석 등을 비롯해 ‘흑백요리사’로 스타덤에 오른 에드워드 리, 최강록, 이미영 등도 출연한다.
◇교양 프로그램도 요리 끼워 넣기
예능을 넘어 교양 프로그램도 어느새 요리가 점령했다. 최근 ENA에서 선보인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요리 프로그램 같지만 ‘장사꾼’을 키워낸다는 것이 목표. 보호종료 청년(보육원 출신으로 만 18세 이후 사회로 시설에서 나가야 되는 이들), 아버지 빚 4억원 떠맡은 소년 가장 등 20명의 참가하는데, 요리를 전혀 해보지 않은 이들부터 10년 차 요리사까지 다양했다. 제작진은 “기존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소외된 이들이나 어두운 과거를 지녔던 이들이 갱생하며 새롭게 뜻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주는 교양 형태를 띠었다”며 선을 그었다. 사연이 중요해서인지, 트로트 프로그램 등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던 작가진이 대거 투입됐다.
내년 4월 방영 예정으로 MBC와 LG유플러스 스튜디오 X+U’가 공동제작한 ‘남극의 셰프’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을 위해 현지 식재료만으로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한다. 백종원, 임수향, 수호, 채종협 등이 최근 남극으로 출발했다.
최초의 ‘역사 먹방’ 콘셉트를 내세워 12일 첫선을 보이는 교양 프로그램 ‘유별난 역사 한 끼’. 최근 ‘어남선생’으로 인기 끈 배우 류수영이 출연한다. /tvN story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원팬(팬 하나로 만드는) 요리‘ 등 ‘초간단’을 내세우며 ‘만원 찜닭’ ‘천원 레시피’ 등 불황 타개형 요리로 1억 뷰를 기록한 KBS ‘편스토랑’의 류수영은 일명 어남선생(본명 어남선에서 착안한 단어)으로 12일 첫 방송되는 tvN STORY ‘유별난 역사 한 끼’를 통해 역사 속 주요 인물들이 중요한 순간 먹었던 음식을 알아보고 재현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민진은 “‘밥 먹었어’가 안부 인사가 될 만큼 우리 사회에 밥 한 끼라는 건 단순히 식탁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게 하는 도구”라면서 “비슷비슷한 포맷에 일부 피로감을 호소하긴 하지만, 그만큼 흥행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 예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