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의원총회 열고 선출
여당 새 원내대표는 누구 -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사진) 의원과 김태호(오른쪽 사진)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중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진 회의에 참석한 의원 다수는 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고 뜻을 모았다. 원내대표 선거에 친윤계인 권 의원과 비윤계인 김 의원이 후보로 등록하면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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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논의하는 와중에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5선·강원 강릉) 의원이 10일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친한계는 물론 일부 비윤계 의원들도 “윤 대통령의 파국에 책임이 있는 핵심 측근이 지금 시점에 원내 사령탑이 되겠다고 전면에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도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비윤계 김태호(4선·경남 양산을) 의원이 후보 신청을 하면서 권 의원과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중진 회의를 열고 권 의원이 새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 전부의 의견은 아니고 다수 의원이 어려운 상황에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 당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말을 해줬다”며 “아직 결정을 못 했고, 많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이후 권 의원은 오후에 원내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그래픽=양진경 |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았다. 원내대표 시절 당 윤리위 징계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준석 현 개혁신당 의원을 대신해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9월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 유출과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등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날 한 대표는 중진 의원들의 ‘권성동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중진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중진의 힘’은 아니다”라고 했다. 고동진 의원은 친한계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권 의원 등 기존 용산(대통령실)과 가까웠던 분들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비윤계 의원은 “친윤계가 원내대표를 맡아 윤 대통령 탄핵 방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비윤계인 조해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와중에 정권 폭망의 최대 책임자를 원내대표로 내세우려 하다니 국민의힘은 정말 답이 없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구제 불능으로 낙인찍힌다. 계엄으로 녹다운된 당을 재기 불능으로 만든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자파 최고위원 전원과 일부 친한계 최고위원 사퇴를 유도해 한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고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자동으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은 친윤,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친한으로 분류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일부 친윤 지지자들이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에게 사퇴하고 비대위를 결성하라는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며 “친윤계가 권 의원의 원내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 4명을 사퇴시키고 당을 장악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앞서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특검이든 탄핵이든 통과된다면 최고위원을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일부 친윤 지지자들은 이 발언을 근거로 한 대표와 장 최고위원의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장 최고위원과 달리 특검과 탄핵에 열린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친한계 인사는 “두 사람이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균열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친한계와 비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도읍·김성원·신성범 의원 등을 대항마로 거론됐지만 이들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오후 5시를 17분 앞두고 비윤계인 김태호 의원이 후보 등록 서류를 접수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독배가 될지도 모르지만 쓸모 있는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 피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의원의 출마 결정에는 친한계의 권유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직후 “국정 혼란을 막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퇴하면서 실시하게 됐다.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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