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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불안해서 뉴스 보다 잠 못 든다…세대 안 가린 ‘계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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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이후 스트레스·우울 호소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퇴진하라” 전국단위의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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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중계로 본 ‘국회 침탈’
장·노년에겐 과거 공포 상기
아동·청소년엔 ‘초유의 불안’

오토바이 소리에도 깜짝 놀라
전문가 “일상 지키는 게 중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중학생 정유회군(14)은 지난 3일 밤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가 창문 밖 헬기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정군은 그날 밤 이후로도 머릿속에서 헬기 소리가 울려서 쉽게 잠들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 앞 촛불집회에서 만난 정군은 “계엄이라고 하니 두 번 다시 밖에 다니지 못할까 무서웠다”며 “피곤한데도 아침이고 밤이고 계속해서 계엄 관련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많은 시민이 ‘계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들은 한밤중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부터 계엄군 국회 진입까지 전부 실시간 중계로 봤다. 총을 든 계엄군과 여의도 하늘땅을 오가는 군용 헬기, 전술차량 등을 목격한 시민들은 불안감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한다. 계엄이 장·노년층에게 과거의 공포를 상기시켰다면 아동·청소년들에겐 직접 경험한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된 불안을 깊이 각인시켰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이모씨(56)는 그날 밤만 떠올리면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가족이 국회 안에서 일하는데 혹여나 군인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두려웠다고 한다. 이씨는 “가족과 연락은 안 되고,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가는 뉴스가 나오니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며 “어릴 때 겪은 계엄이 떠올라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채영양(18)은 “요즘 안전안내 문자 알림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란다”며 “또 다른 비상계엄이 없을 거라고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선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카페 안에 있던 시민들이 전부 “전쟁 난 것 아니냐”며 놀랐다는 글이 공유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집착하듯 계엄 뉴스를 찾아본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수현씨(48)는 지난 4일부터 매일 새벽 2시까지 뉴스를 보다 잠들고, 눈을 뜨고서도 최신뉴스를 ‘새로고침’ 한다고 했다.

계엄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일상을 지키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일상 활동과 직장 생활 등 정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뉴스를 보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해서만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에게는 정치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 대신 궁금증을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된 갈등, 혼란, 폭력 장면들은 아이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며, 아이들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고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면서 “아이가 어떻게 알고 느끼고 있는지를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송이·최서은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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