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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계엄으로 불안해진 군사외교일정[양낙규의 Defenc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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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외교일정 연이어 취소… 미국은 한국패싱

군 수뇌부 공백 틈타 북 도발땐 속수무책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주변국들의 군사 외교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예정했던 한국과의 외교 일정을 연이어 취소하는 것은 물론 당장 내년 한미연합훈련에도 지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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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 패싱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빼고 일본만 방문하는 등 안보 협의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애초 한국 방문도 같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와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의 사임 등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주도 정보공유 협의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5개국 주한대사도 6일 서울에서 만나 계엄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주로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각국의 대응 방안과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부 국가는 한국이 파견한 재외공관장과 접촉하지 말고, 본국에서 파견한 주한 대사를 통해서만 한국 관련 정보를 받으라는 요청이 온 것으로 안다"며 "한국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주요 5개국 주한 대사가 모인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보이콧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군사적 대비 태세도 비상이다. 미국이 먼저 이를 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국방부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의 탄핵 정국과 관련, "어떤 행위자도 이를 악용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는 민주적 정치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과정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계엄을 인해 군 주요 지휘관들은 공석이다. 국방부는 비상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 5일 면직되면서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 대행을 하고 있다. 국방장관 직무대행 체제는 1948년 창군 이래 처음이다.

방첩사령부 소속 장성 2명도 직무 정지됐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3명을 직무 정지시킨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전·평시 대북 작전의 핵심 역할을 맡는 특전사·방첩사는 물론 수도권을 지키는 수방사까지 수뇌부 모두가 공백 상태에 빠진 것이다. 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사대상에 오른 현역군인만 10명이 넘는다. 특전사 예하 이상현 제1공수여단장, 김정근 제3공수여단장, 안무성 제9공수여단장, 707특임단장, 특수작전항공단장, 수방사 예하 군사경찰단장도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계엄으로 인해 군내 자체 훈련은 물론 한미연합훈련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계엄 사태 여파 속에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어 내년 3월 정례 한미 연합 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나 한·미·일 3국 연합 훈련인 ‘프리덤 에지’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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