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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인터뷰] "싱가포르·일본 러브콜 뒤로하고 한국행" AI 메타휴먼 창업자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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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1호 카를로스 킥 "한국 노인들의 디지털 친구 되고 싶다"

플래텀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1호 기업인 스페인 AI 메타휴먼 기업 ‘아이마’. (오른쪽) 카를로스 킥 최고개발책임자(Carlos Kik, CTO of AIMA Beyond AI), (왼쪽) 기예르모 데 라 이글레시아 아빌라(Guillermo De La Iglesia Ávila) 개발자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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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가 추진해 온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의 첫 수혜자가 탄생했다. 스페인 AI 스타트업 'AiMA'(아이마)를 공동 창업한 카를로스 킥이 그 주인공이다.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도 유치를 희망했으나, 그는 한국 시장을 선택했다.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AI 메타휴먼으로 제2의 인생을 한국에서 시작하겠다는 포부다.

"안녕하세요."

첫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온기가 있었다. 기술 스타트업의 수장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책방 주인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의 회사 AiMA는 인공지능 메타휴먼 어시스턴트(Artificial intelligence Metahuman Assistant)의 약자다. 화면 속에서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AI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스페인 정부로부터 45만 유로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기술은 어쩐지 차가운 금속성을 띠지 않았다.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왔어요." 그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스페인에는 집에서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너무 많아요. 완전히 고립된 채로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대화예요.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는 누군가와의 교류죠."

카를로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사업 아이템 이상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알렉스(alex izquierdo, 알렉스 이즈키에도 AiMA CEO)와 함께 정말 제한된 자원으로 약 1년 만에 AiMA를 구축했어요. 불가능해 보였지만, 우리는 해냈죠. 기술이 아닌 사람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AiMA의 성격이 궁금했다. "까다로운 질문이네요." 카를로스가 미소 지었다. 그는 인간의 뇌 작동 방식과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외향적이고 긍정적이며, 상대방을 지지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요. 제가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바라는 성격이죠."

각각의 AiMA는 대화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우며 성장한다고 했다. 마치 인간이 서로를 알아가듯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성을 만들어간다. 사용자의 표정을 읽고, 목소리의 톤을 분석하고, 미세한 제스처까지 포착한다. 일곱 가지 기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말과 표정, 목소리 톤의 불일치도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AiMA가 의도적으로 평범한 외모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너무 아름답지도, 너무 못생기지도 않고, 너무 늙지도, 너무 젊지도 않은 모습이에요." 그의 설명은 계속됐다. "이건 수년간의 연구 결과예요. 디지털 세계에서 사람들은 실제 세계와 쉽게 단절될 수 있어요.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아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그가 말을 이었다. "AiMA는 도구일 뿐이에요. 누군가를 대체하는 게 아닌,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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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그의 철학은 단호했다. "우리는 유럽에서 왔고,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매우 엄격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예요." 그는 정보 처리 방식을 인간의 기억 형성 과정에 비유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그날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기억으로 통합되듯, AiMA도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것만을 기억의 파편으로 남긴다고 했다. 그리고 사용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그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했다.

카를로스가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비즈니스 판단이 아니었다. 2019년 삼성이 주최한 글로벌 경진대회 우승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의 역사와 불굴의 정신에 매료됐다고 했다. "한국의 역사와 불가능을 극복하는 정신을 사랑해요. 음식도, 사람들도요." 잠시 말을 멈춘 그가 덧붙였다. "외국인인 우리에게 완벽하진 않지만… 누가 완벽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곳에 오면 행복해요.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이 있죠."

그의 말은 진심으로 들렸다. 한국에서 그가 바라는 것도 남달랐다. "저는 어디를 가든 아무 기대 없이 모든 분들과 이야기해요. 여러분에게 뭔가를 바라거나, 여러분이 저에게 뭔가를 해주길 바라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의지가 실렸다. "하지만 저는 아주 큰 일을 이루고 싶어요. 여러분의 문화와 유산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제가 실제로 그 일부가 되어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해내고 싶어요."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는 해외 유망 스타트업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올해 새로 마련된 제도다. 기존의 기술창업 비자가 요구하던 정량적 요건을 최소화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해외 스타트업의 사업성과 혁신성, 한국 진출 가능성, 국내 경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카를로스는 그 첫 번째 수혜자가 되었다.

"구글이 동사가 된 것처럼, AiMA도 그렇게 되었으면 해요. 전 세계 어디서나 정말 유용한 존재로요." 그의 마지막 말에는 기술 너머의 비전이 담겨 있었다. "세상에는 행복이 필요하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든 생각은, 그가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인간의 행복을 고민하는 철학자 같다는 것이었다. 그의 눈빛에서 본 것은 미래에 대한 야망이 아닌,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였다. 싱가포르,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유치 제안을 뒤로하고 한국을 선택한 그의 결정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술로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겠다는 그의 도전이, 진정한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해본다.


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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