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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윤 대통령의 ‘쿠데타’ 의지는 최소 4년 전부터 보였다”…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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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2020년 3월 검찰총장 시절

“내가 육사 갔다면 쿠데타 했을 것”

발언 기록·고발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경향신문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예고된 일인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에겐 그랬다. 그는 2020년 3월 19일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회식자리에서 ‘쿠데타’ 의사를 내비쳤다고 폭로한 주인공이다.

한 전 부장의 폭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말이 현실이 될 것으로 예견한 사람도 없었다. 판사 출신으로 검찰에 들어간 한 전 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가까이에서 그의 지휘 스타일을 지켜보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 전 부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윤 대통령 의식 속에 자라고 있었을 ‘친위 쿠데타’의 맥락을 그를 통해 짚어보려 했다.

-AP통신이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친위 쿠데타(self-coup)’로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쿠데타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 했는데, 말이 현실화했다. 당시를 설명해달라.

“2020년 3월 19일이었다. 당시는 아직 윤 대통령이 나를 관찰하고 견제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회식 자리였는데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혼자 말을 쭉 이어가다가 ‘만일 육사에 갔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 쿠데타는 검찰로 치자면 부장검사인 당시 김종필 같은 중령급이 한 것’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나올만한 단순한 농담조가 전혀 아니었다. 워딩 자체가 충격적이라 바로 업무 수첩에 적어 기록해뒀다. 그리고 손준성 고발 사주 사건 의견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조사 절차에 대한 서면 질의서 등에도 이 사실을 적어냈다.”

-허무맹랑하다고 느낄 법한 말을 그토록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때는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었을 때다. 쿠데타 발언은 4월 15일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에 나왔다. 그 무렵 아래서 흐르고 있던 사건이 일명 ‘검언유착’ 채널A 건이었다.”

이른바 ‘검언유착’ 채널A 사건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검사장)와 채널A 이모 기자가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 비리를 털어놓지 않으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은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한 대표는 2022년 4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채널A 사건이 쿠데타 발언의 맥락 속에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유시민씨 동향이 당시 윤 총장에게 공유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선 선거 결과에 대해 분석을 하는 중이었는데 지금의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될 것이란 생각이 검찰 내 파다했다. 유시민을 기소하면 (국민의힘 다수당 선거 결과를 위한) 여론조성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수사를 통해 내가 세상을 조정하고 민의를 움직인다는 짜릿함,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자신의 이름은 더 높아질 것이란 그런 심리 속에서 쿠데타 발언이 나왔다고 본다.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대통령이 된다는 자기 목적을 실현한다는 것, 그게 바로 연성 쿠데타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이분법적인 자신의 의식 세계를 수없이 드러낸 적이 있다. 계엄령 선포 당시도 마찬가지다. 총장 시절 가까이서 본 그는 협치를 한 만한 사람으로 보였나.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부장회의에서 검찰 전관특혜 관련 언급을 하니 회의를 없애버렸다. 소수만 참석하는 회의일 경우엔 화를 내서 의사를 관철하지만 다수일 땐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가 없으니 자릴 없애는 것이다. 총장으로서 중간 지검장과 차장을 패싱하고 자기 말 잘 듣는 실무자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도 지휘계통을 무시하는 그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검찰 문화가 좋은 놈, 나쁜 놈을 선명하게 구분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판사 출신으로서 검찰 감찰 역할로 있으면서 이 집단의 비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안다. 검찰 특유의 문화 속에서 자라온 것도 내란을 감행한 배경이 됐을까.

“나는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검사’란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된다는 본인들의 특권 의식, 자신의 허물은 방어할 수 있으리라는 소속 집단에 대한 과잉 동일시와 거짓 자아가 검찰 내 뿌리 깊다. 현재 윤석열이 실행한 친위 쿠데타는 개인의 위험한 극우적 시각, 금도를 개의치 않는 성향에서 발현된 측면과 아울러 그것을 강화하는 검찰 조직 문화 속에서 성장한 측면이 함께 있다고 봐야 한다. 작금의 현실은 검찰권을 가지고 정권을 잡은 결과물인데, 거기에 속은 국민을 탓할 수는 없다.”

-검찰 특수활동비, 수사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검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해 검찰의 맹렬한 반발이 있었다.

“검찰의 공적인 마인드를 잃어버리게 만든 게 바로 수사권과 특활비다. 특활비는 기밀수사 유지를 위한다는 본래 용도로 쓰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 검찰이 국회에 소명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 대검 부장급이면 한달에 70만~80만원쯤 특활비가 현금으로 들어온다. 총장 특활비는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소고기를 먹고도 남기 때문에 후배 검사가 인사하러 오면 뭉텅이로 주기도 한다. 목표가 따로 있는 수사의 수사팀에도 특활비가 내려간다. 월급 외에 가욋돈이기에 개별 검사들의 수사 방향에 악영향을 준다.”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공수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한이 경찰에 있다는 것은 법률가들 사이에 이견은 없을 것 같다. 현행 헌법상으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있게 하려면 탄핵밖에 없기에 현재 같은 권한 정지 상태는 반헌법적이고 편법이다. 검찰이 이른바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수사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소 선고형이 10년 이상인 중대범죄인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영장을 신속히 내줄 것이다. 현재 수사는 과감성과 신속성이 매우 필요하다.”

한 전 부장은 2019~2022년 검사 직무를 감찰하는 대검 감찰부장을 지냈다. 일반적으로 감찰부장은 검찰총장 측근으로 여겨진다. 판사 출신인 한 전 부장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그 자리에 임명되면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채널A 검언유착,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 등을 감찰하며 검찰총장 측과 대립했다. 한 부장은 윤 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임기를 1년 남기고 직을 내려놨다. 법무부의 ‘밀어내기’ 때문이란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돌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때 ‘육사 갔으면 쿠데타’ 발언”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법정 증언
https://www.khan.co.kr/article/202310302141001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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