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와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가 부당하다면 사법부가 판단할 게 아니라 입법부가 나서 비상계엄을 중지시키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작용으로써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판결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집행이 곤란한 행위를 말한다. 쉽게 풀이하면 사법부가 통치행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수설인 '사법부 자제설'에 기초한 것이다. 사법부가 '사법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자제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통치행위는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통치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기준과 조건, 사법심사의 범위 등에서 모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이라는 통치행위를 놓고 사법부 판단은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졌다. 1979년 10월 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신군부는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고 이듬해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법기관인 법원이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當·不當) 여부를 심사하는 게 사법권의 내재적인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돼 적절치 못하다"(대판 1979. 12. 7. 79초 70)고 판결했다. 계엄 선포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사실상 통치행위로 간주한 셈이다.
시간이 흘러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5·17 비상계엄 확대 및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설치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으로 '내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때 대법원은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와 당·부당을 심리한 게 아니라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의 목적 달성인지와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는 범죄행위로 판명 났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 같은 판결은 민주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판단은 향후 사법부가 맡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통치행위인지 아닌지는 결국 사법심사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통치행위를 둘러싼 사법부의 해석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 비상계엄이라도 대통령이 국회 의사활동을 정지시킬 권한은 없다. 게다가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는 기본적인 절차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담화가 군색한 이유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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