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이미스'…. 이들 브랜드엔 공통점이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론칭한 국내 패션 브랜드로, 해외 소비자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패션 브랜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말 그럴까. K-패션 브랜드 인기의 함의를 취재했다.
K-패션 브랜드들이 해외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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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브랜드들이 줄지어 들어섰던 명동 중심거리에 'K-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등지를 틀고 있다. '마뗑킴(MATIN KIM· 2018년 론칭)' '이미스(EMIS·2017년 론칭)'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국내 디자이너가 론칭한 신진 패션 브랜드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매장을 찾는 건 일본·중국·홍콩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일본인 관광객 유키(28)는 "스타일이 뛰어나고 귀여운 제품들이 많아 마뗑킴을 좋아한다"면서 "한국에 올 때마다 매장에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해외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독창적인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로 가는 K-패션 = 실제로 이들 브랜드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마뗑킴은 지난 5월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열었던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내년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2018년 론칭)'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유의 꽃 패턴 로고로 이미지를 각인한 마르디 메크르디는 배우 '김고은'을 모델로 발탁(2022년)했고, 키즈·스포츠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에 해외 1호점을 열어젖힌 마르디 메크르디는 이후 홍콩·마카오·태국·대만·일본에 진출했다. 현재 해외에서 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인기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액은 686억원으로 전년(373억원) 대비 83.9% 증가했다. 올해 매출액은 1000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여세를 몰아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지난 7월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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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성장세를 기반으로 IPO를 추진하는 K-패션 브랜드는 또 있다. 2020년 론칭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코드그라피(Code graphy)'다. '가성비' 높은 브랜드로 일본(3월 진출)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 K-패션 약진의 의미 = 이처럼 새로운 K-패션 브랜드의 약진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기존의 대형 패션기업들의 성장 방정식을 뒤엎고 있어서다. 대형 패션기업들 중엔 지금까지 자체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를 수입·유통하는 데 주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브랜드는 6개(스튜디오 톰보이·보브·일라일 등)에 그치는 반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크롬하츠' '에르노' '스텔라 맥카트니' 독점 해외 브랜드는 20여개에 달한다. 올해에도 영국 럭셔리 브랜드 '에르뎀', 미국 패션 브랜드 '더 로우' 등을 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해외 브랜드 매출 비중은 55%가량이다.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 70% 안팎으로 높은 편인 '한섬'도 최근 해외 브랜드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섬이 2021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출신인 박철규 사장(한섬 패션부문)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박 사장이 삼성물산 재직 당시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등 해외 브랜드를 키워 실적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아뇨나',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리던' 등을 론칭한 한섬은 2028년까지 해외 브랜드 매출액을 2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해 3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의 매출액(이하 누적 기준)은 6216억원으로 전년 동기(6788억원) 대비 8.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0.8%(178억원→123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한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2.4%(1조756억원→1조495억원), 38.2%(688억원→425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8%(1조5058억원→1조4632억원) 줄었다.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해외 브랜드 판매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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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하듯 주요 패션기업들의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는 2022년 6월 10일 3만5400원을 찍은 후 현재(이하 12월 3일) 1만660원에 머물고 있다. 한섬의 주가 역시 2021년 5월 14일 4만8150원에서 69.1% 하락한 1만484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가도 전고점 대비 26.1%(3월 8일 16만8200원→12만4200원) 하락했다.
이 때문인지 IPO를 추진하는 '2세대' K-패션 브랜드에 눈길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내수에 취약한 수입브랜드 대신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어서다. 물론 중요한 건 'IPO 그 이후'다.
유통 컨설팅 전문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K-패션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IPO로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해외시장에서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자본뿐만 아니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잃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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