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이후 반도체 시장에 미칠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금이라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 특별법' 도입이 사실상 내년으로 밀렸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지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정책과 대중국 강경 노선을 펼쳤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은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이 확정되면서 미국이 다시금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이미 자국 내 반도체 제조를 강화하기 위해 2022년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현지 공장 설립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는 이와 같은 정책 기조를 약화하고, 대신 보호무역주의와 대중국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규모 보조금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규모 정부 지출이 "불필요한 낭비"라며,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대신, 그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 기업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외교적 압박과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바 있다.
미국 내 이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 입장으로서는 당연한 리스크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특별법'은 이러한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주요 대책으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책 마련, 그리고 주 52시간 근로 시간 규제의 적용 제외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현지 공장 설립 요구에 따른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계엄령 선포와 여야 간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국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결과다.
국회는 전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각종 예산 부수 법안들을 처리했다. 하지만 반도체 특별법과 AI 기본법 등 경제 정책 법안들은 본회의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여야는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책임 공방을 이어가며 입법 활동에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 특별법의 통과는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는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국내 반도체 기업 지원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이 다시금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전략적 외교와 기업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식물 국회 상황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조기 퇴진 의사를 밝혔으나, 최근 입장을 바꿔 퇴진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탄핵소추안의 헌법재판소 판단은 결과와 관계없이 국회와 정부 간의 정쟁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경제 정책 법안들은 정치적 대립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 축으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금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속한 입법과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가운데 정치적 혼란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