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어떻게 쌓아올린 민주주의인데 한순간 붕괴될 수 있는가. 을사오적을 시작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윤석열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에 점철된 사욕의 계보는 아직도 단절되지 않았구나. 맹자의 가르침을 듣지 못했는가. “인(仁)의 파괴자는 역적이며, 의(義)의 파괴자는 흉악범이다. 역적이나 흉악범은 범부에 불과할 뿐이다. 주(紂)라는 범부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는 무왕이 상(商)나라의 폭군 주왕을 처단한 것을 당연시했다. 왕권시대 역성혁명의 정당성을 받쳐주는 말이다. 지금 윤석열은 내란수괴죄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 그는 맹자의 논리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민주국가의 국민이 뽑아준 권력자임에도 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사실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에게는 당의 태종에게 목숨을 걸고 충언한 위징 같은 신하가 없어서일까. 언론에서 훈계나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서일까. 학계나 종교계에서 권력을 점점 사유화해가는 그의 일탈에 강력한 제동을 걸지 않아서일까. 무엇보다 그는 권력의 생리를 몰랐다. 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할 때는 활인검이 되고, 칼날 위의 꿀을 핥듯 자신과 일족의 안위만을 위해 국민을 겁박할 때는 살인검이 된다. 전자는 대의의 칼이 되지만, 후자는 자신을 비롯해 국가와 백성 모두를 위태롭게 하는 반역의 칼이 된다. 살인검은 국민이 반드시 거둬들인다. 민주주의를 압축해 성취한 이 나라의 도도한 정의의 역사가 그것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무혈혁명을 이룬 것이 8년 전이다. 독점할 수 없는 권력이기에 취약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그 취약점을 늘 막는 것은 백성이다. 국가를 팔아먹거나 망가뜨린 자는 권력자들이다. 그것을 피와 눈물로써 바로 세운 것은 백성이다. 이제 표리부동하고 안하무인한 정치가는 설 자리가 없다. 백성들은 그들을 반드시 단죄한다. 국회 앞에서 “윤·석·열·을·탄·핵·하·라”는 민초의 천둥 같은 외침이 곧 천어(天語)다. 대의정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시민들은 지체 없이 행동한다. “또 노구를 이끌고 나가야겠네”라며 무자비한 계엄의 현실을 온몸으로 겪은 어른들부터 그들이 만든 민주화의 세례를 받고 있는 10대에서 3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 단절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다. 청년들은 일갈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가 무너졌으며, 정치인은 자신들을 권력의 주인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한류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허약한 민주주의를 어떻게 강하게 완성시켜가는가를 전 세계가 생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BBC 등 각국 미디어들은 이를 축제로 표현한다. 영화 <축제>에서 죽음을 산 자들의 축제로 승화시키듯 비극의 정치를 꿈과 희망의 정치로 부활시키고 있다. K팝과 함께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물결을 이루고, 해학과 재치가 군중을 울고 웃기게 한다. 전 국민이 연출가이자 주연인 대하드라마다. 첫 회분은 국민이 곧 국가이자 헌법임을 다시 선포하고 있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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