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쿠데타 발언’ 폭로했던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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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검·언유착’ 사건 관련
당시 유시민 동향 공유 목격
윤, 총선 여론 조성하려고 해
자신과 생각 다르면 안 만나
부장회의 없애버린 일화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사진)에겐 그랬다. 그는 1년 전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2020년 3월19일 회식자리에서 ‘쿠데타’ 의사를 내비쳤다고 폭로한 주인공이다.
한 전 부장의 폭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당시에 많지 않았다. 그 말이 현실이 될 것으로 예견한 사람도 없었다. 판사 출신으로 검찰에 들어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가까이에서 그의 지휘 스타일을 지켜본 한 전 부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 윤 대통령이 과거 쿠데타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 했는데, 말이 현실화했다.
“2020년 3월19일이었다. 당시는 아직 윤 대통령이 나를 관찰하고 견제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회식 자리였는데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혼자 말을 쭉 이어가다가 ‘만일 육사에 갔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검찰로 치자면 부장검사인 당시 김종필 같은 중령급이 한 것’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허무맹랑하다고 느낄 법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그때는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었을 때다. 쿠데타 발언은 4월15일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에 나왔다. 그 무렵 아래서 흐르고 있던 사건이 일명 ‘검·언유착’ 채널A 건이었다.”
‘검·언유착’ 채널A 사건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검사장)와 채널A 이모 기자가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 비리를 털어놓지 않으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은 사건이다.
- 채널A 사건이 쿠데타 발언의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유시민씨 동향이 당시 윤 총장에게 공유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선 선거 결과에 대해 분석을 하는 중이었는데 지금의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될 것이란 생각이 검찰 내 파다했다. 유시민을 기소하면 (국민의힘 다수당 선거 결과를 위한) 여론 조성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수사를 통해 내가 세상을 조정하고 민의를 움직인다는 짜릿함,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자신의 이름은 더 높아질 것이란 그런 심리 속에서 쿠데타 발언이 나왔다고 본다.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대통령이 된다는 자기 목적을 실현한다는 것, 그게 바로 연성 쿠데타다.”
-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이분법적인 의식 세계를 드러낸 적이 많다. 그는 협치를 할 만한 사람으로 보였나.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부장회의에서 검찰 전관특혜 관련 언급을 하니 회의를 없애버렸다. 소수만 참석하는 회의일 경우엔 화를 내서 의사를 관철하지만 다수일 땐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가 없으니 자릴 없애는 것이다. 총장으로서 중간 지검장과 차장을 패싱하고 자기 말 잘 듣는 실무자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도 지휘계통을 무시하는 그의 스타일이다.”
- 검찰 특유의 문화 속에서 자라온 것도 내란 배경이 됐을까.
“나는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검사’란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된다는 본인들의 특권 의식, 자신의 허물은 방어할 수 있으리라는 소속 집단에 대한 과잉 동일시와 거짓 자아가 검찰 내에 뿌리가 깊다. 현재 윤석열이 실행한 친위 쿠데타는 개인의 위험한 극우적 시각, 금도를 개의치 않는 성향에서 발현된 측면과 아울러 그것을 강화하는 검찰 조직 문화 속에서 성장한 측면이 함께 있다고 봐야 한다.”
-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공수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헌법상으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있게 하려면 탄핵밖에 없기에 현재 같은 권한 정지 상태는 반헌법적이고 편법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수사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소 선고형이 10년 이상인 중대범죄인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영장을 신속히 내줄 것이다. 현재 수사는 과감성과 신속성이 매우 필요하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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