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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김형석 칼럼]지금의 정치-사회적 혼란,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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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 세웠지만 국민 분열은 심화

巨野, 무기력 여당과 극한 대립 계속

대통령 계엄 선포, 국회는 탄핵 표결

정치권, 속히 국민 일상 정상화시켜야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우리 시대, 나 같은 사람은 일제강점기를 체험했다. 우리가 살아야 할 집의 주인 자리는 일본인이 차지하고 우리는 머슴살이하는 실정이었다. 소원은 ‘내 나라에 살아야겠다’뿐이었다. 해방되었다. 1년도 되기 전에 북한의 공산정권이 주인 자리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공산정권 밑에서 몸부림치다가 ‘나라다운 나라’가 먼저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탈북의 사선을 넘어 서울로 왔다. ‘나’는 사라지고 자력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우리’의 한 사람이 되었다. 제자들을 키워 ‘살고 싶은 나라’ 육성에 몸 바치기로 했다.

우리의 뜻과 노력은 버림받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한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뒤로하고, 자유민주국가의 정도(正道)를 열었다. 박정희 정권 기간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경제 개척과 성장에 성공했다. 자유민주의 경제 노선을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시장경제는 휴머니즘에 접목되어 있다. 군사정권을 끝내면서 우리는 독재와 군사정권의 산을 넘어 법치국가의 위상을 확립시켰다. 선진 국가들도 공인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극복해야 할 운명적 과제가 있었다. 남북 간의 공존과 통일을 위한 사명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적 차이가 해소되면 정부 간의 협력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동안 남북 정권 사이에는 동질성과 정체성을 달리하는 변화가 역사의 장벽을 굳혔다. 우리는 좌우의 대립이 진보와 보수로 해소되면서 공존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진 국가가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무력 정복의 길 외에는 선택의 방법이 없는 후진 국가로 퇴락되어 버렸다.

우리 기대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는 친북좌파를 포함하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정권을 좌우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돌이킬 수 없는 국민 분열을 유발했고,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국가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혼란스럽게 할 정도로 정치적 이중성을 추진시켰다. 진실과 정의는 버림받고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인권의 존엄성까지 도외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뒤를 계승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국민이 선출한 윤석열 정권 타도에 전념하면서 애국과 국민복지를 뒤로하고 정권 재창출에 전념하는 세월을 보냈다. 민주당 초기에 대표가 20년 동안 정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던 사실을 연상시킬 정도가 되었다. 이성이 마비된 국회가 행정부를 무능케 만들고 사법권까지 점유하려는 계략을 노골화했다.

그 압력을 극복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적인 법치주의 방법으로는 국가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정치권은 물론 국민 누구도 예상 못 했던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국회 해제 의결에 따라 철회하였다. 이에 대해 국회가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할 예정이고, 수사기관이 내란죄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그 뒷수습을 위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나약해진 정부 여당의 대립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 책임인가. 자유민주의 정신과 목표를 모르면서 정권욕의 노예가 된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정치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민생과 복지 증진, 교육 등이 목적이다. 국민으로 있다가 선출된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고 국민으로 돌아오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권을 위해 출발해 정권 유지를 일삼는 정치인은 애국자가 아니다. 나를 위해 정권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아야 한다. 그런 정치를 감행하는 독재자들은 역사의 죄인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애국자이어야 한다. 정당인들도 같은 사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수백 년 역사를 통해 경험주의 전통과 공리 정신을 거쳐 실용가치로 열매 맺은 세계 정신사의 유산이다.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해 앞으로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가?’를 찾아가는 선택과 노력이다. 창조를 위한 사명 의식이다. 그래서 혁명, 폭력, 투쟁은 용납하지 않는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 객관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다. 갈등이 심해지면 개혁과 새로운 목표 설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 무력과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 그것은 사회악의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모든 국민은 일상생활을 정상화해야 한다. 공직자들과 각계의 책임자들은 애국적인 판단과 실천을 되찾을 때이다. ‘국민이 모두 나와 같이하면 된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정치 발언과 행동하기를 바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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