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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탄핵 커피’ 1000잔 선결제…5·18 계엄군 딸 “역사 반복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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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커피 1000잔을 선결제한 30대 큐레이터 그리다(활동명)씨.[사진=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캡처]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됐던 정보병을 어머니로 둔 30대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을 위해 커피를 선결제한 사실을 알리며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30대 큐레이터 그리다(활동명)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침이슬로 다시 만난 세계; 어느 계엄군 딸의 고백문 그리고 천 잔의 커피”라는 글을 올리고 어머니가 고백한 군대 시절의 이야기부터 자신이 커피를 선결제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했다.

    그리다씨는 자신의 친어머니는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정보병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엄마는 꿈도 많고 공부까지 잘했지만 외할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엄마의 길을 막았다”며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능력을 인정해주는 군대뿐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차별과 억압, 꿈과 자유가 이상하게 뒤엉킨 혼란스러웠던 그때의 어느 날, 엄마는 광주로 가 그곳에 모인 빨갱이들을 척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하지만 엄마가 그 도시에서 본 것은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보병이었던 엄마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함성과 총성, 찢어질 듯한 비명과 통곡, 끌려오는 무고한 사람들의 부서진 몸과 얼굴이 지옥처럼 엄마를 짓눌렀다”고 했다.

    그리다씨는 올여름 두 아이를 데리고 찾은 한국의 집에서 엄마의 군대 시절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며 “그날 엄마가 들려준 광주의 이야기는 아직도 엄마의 주름진 손마디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리다씨는 전날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무장 계엄군이 진입한 사실 등을 보고 1980년 광주와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나흘 동안 잠을 못 잤다”며 “시민들에게 마음을 보태는 것이 어머니의 몫까지 치유하는 길이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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