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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사설]12·14 탄핵 표결… 국민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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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긍정 11% 부정 85%

어느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건지

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4.12.1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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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1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놓고 표결한다. 이번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은 의결정족수 200표에 5표가 모자라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던 일주일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당 차원의 부결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안철수 조경태 진종오 한지아 등 국민의힘 의원 7명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고, 익명의 한 의원도 동아일보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번 탄핵안 표결은 작금의 비정상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열흘이 넘었지만 정치적 혼란은 여전하고 국정은 사실상 기능 부전 상태다. 그로 인한 안보와 경제, 사회 전반의 불안은 불확실성 속에 계속 증폭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적 망동으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당성을 상실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그 직을 유지한 채 인사권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됐고 여기에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직무가 정지됐다. 이런 안보·치안·행정 책임자의 동시다발적 부재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 즉 조기 하야를 거부한 만큼 이제 헌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와 확실한 권한대행 체제로의 전환 말고는 이런 혼선과 공백을 극복할 수 없게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저지른 망동을 정당화하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때 국정을 여당과 정부에 맡기고 2선 후퇴하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를 내고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며 온갖 궤변과 억지를 늘어놨다. 사실상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 결집을 촉구하는 정치적 선동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지탱하던 콘크리트 지지층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11%(부정 85%)로 나타났다. 보수층 사이에서도 지지율은 28%로 나와 30% 선이 붕괴했다. 탄핵 찬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는 21%에 그쳤다. 계엄 사태가 내란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71% 대 23%로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과연 어느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탄핵안 표결은 집권 여당에는 더 큰 분열, 나아가 분당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한동훈 대표가 ‘표결 참여와 탄핵 찬성’으로의 당론 변경을 제안했지만,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다수 의원이 여전히 탄핵 반대 당론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당이라도 국회를 유린하려던 권력자를 두고 ‘의리를 지킨다’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펴며 변호할 수는 없다. 이미 일부 의원의 공개적 찬성 의사 표시로 그 둑은 터진 양상이다. 표결 불참까지 강요하는 당론 고수는 힘들 것이고, 결국 표결은 여당 의원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열흘 전 세계인들은 난데없는 한국의 비상계엄에 놀랐고 국민의 저지와 국회의 반대에 부닥쳐 무위로 끝난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국제사회는 지금 전 세계에 생중계됐던 어처구니없는 망동의 책임자가 여전히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한 민주화 과정에서 법과 규범 등 제도의 힘을 체득하고 더욱 굳건히 쌓아왔다. 특히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제도적 회복력을 갖췄다. 궤도 이탈을 바로잡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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