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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사설] 신병은 검찰, 물증은 경찰… 수사 골든타임 허비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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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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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렸지만 검찰을 배제하면서 불법계엄 수사 혼선이 여전하다. 검찰은 발 빠르게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긴급체포하고 구속했으나, 그가 계엄 당일 사용했던 비화폰과 컴퓨터, 서버 등은 경찰이 확보했다. 신병 따로, 물증 따로이니 수사 퍼즐을 제대로 맞추는 건 난망이다. 지금 수사기관 간 샅바싸움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할 때인가.

경찰이 확보한 김 전 장관의 비화폰은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 군 수뇌부 간 지휘 상황을 파악할 핵심 물적 증거다. 통신 내용을 암호화한 비화폰은 도·감청을 막을 수 있고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지만, 경찰은 함께 확보한 수방사 서버를 통해 통화 상대방과 통화 시간 등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합동참모본부(합참) 지휘통제실 폐쇄회로(CC)TV 영상도 파악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된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며칠 전부터 대통령과 준비했다” “계엄 포고령은 대통령과 상의해 내가 작성했다” 등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제대로 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조본 협조를 받지 못한다면 김 전 장관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를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과 공수처가 검찰을 제외하고 공조본을 구성한 건 문제지만, 검찰 책임도 적지 않다. 경찰이 신청한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거절한 뒤 검찰이 직접 해당 장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주도권 갈등을 부추겼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신병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대로면 내란의 최정점인 윤 대통령의 신병과 물증 확보를 두고도 수사 혼선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관련자들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초기 수사를 얼마나 내실 있게 하느냐에 진실 규명의 성패가 달렸다. 수사 주체의 적법성 문제는 향후 재판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와도 직결된다. 특검 출범까지는 최소 한 달이다. 공조본과 검찰은 지금이라도 권한 경쟁을 내려놓고 협력체제를 구축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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