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정보병의 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커피 1000잔을 선결제한 사연이 화제다. 연합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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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카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를 공개하면서 “유선을 통해 후원하는 이유를 듣게 됐다. 그 마음이 너무 귀하고 가슴에 울림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해당 카페에 음료 1000잔을 선결제한 주인공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정보병의 딸이자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는 큐레이터 그리다(39)씨다.
‘그리다’ 엑스(옛 트위터)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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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씨는 이날 엑스(X)에 “아침이슬로 다시 만난 세계: 어느 계엄군 딸의 고백문 그리고 천 잔의 커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의 사연을 써내려갔다.
그는 “꿈도 많고, 재주도 많고, 공부까지 잘했던 우리 엄마.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능력을 인정해주는 군대뿐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차별과 억압, 꿈과 자유가 이상하게 뒤엉킨 혼란스러웠던 그때의 어느 날, 엄마는 광주로 가 그곳에 모인 빨갱이들을 척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정보병이었던 엄마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지만 함성과 총성, 비명과 통곡, 끌려오는 무고한 사람들의 부서진 몸과 얼굴이 지옥처럼 엄마를 짓눌렀다”고 털어놨다.
그리다 씨는 올 여름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로부터 당시 광주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침이슬’을 부르다 목이 메곤 했다며 “광주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미안함,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그들 곁에 있지 못했던 죄책감, 진실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쓸쓸함 때문이었을까”라고 전했다.
지난 11일 그리다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커피 선결제 안내 글. 그리다씨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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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했으나 시민들이 이를 막아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1980년 광주와 어머니를 떠올렸다”면서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사나흘 동안 잠을 못 잤다. 시민들에게 마음을 보태는 것이 어머니의 몫까지 치유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혁명의 땅 프랑스에서 그 기운을 담아 1000잔의 커피를 보낸다”며 “에펠탑 앞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마음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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