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발표한 양자컴퓨터 윌로 이미지.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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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에서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화두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구글이 신형 양자컴퓨터의 개발 현황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5~10%가량 떨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발전하는 양자컴퓨터가 정말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14일 가상자산 글로벌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99% 오른 10만817달러에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5.06% 오른 3953달러, 리플은 1.24% 오른 2.41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 10일 비트코인은 10만달러 밑에서 횡보하다가 9만4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역대 최고가인 10만3900달러 대비 1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10일 다른 주요 알트코인들도 모두 하락폭을 키웠는데, 이더리움은 7.6%, 리플은 19.71%까지 떨어졌었다.
◇ 양자컴퓨터, 빠른 연산속도로 암호 무력화
이날 가상자산 시장의 낙폭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 게 양자컴퓨터다. 지난 9일 구글은 자사의 새로운 양자 칩 ‘윌로(Willow)’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를 발표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윌로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셉틸리언(10의 24제곱·septillion)년이 걸리던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었다는 연구 결과를 구글이 내놓은 것이다. 이에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주가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단시간에 5% 넘게 뛰어올랐다.
양자컴퓨터는 오래전부터 가상자산 업계에 대형 악재, 천적으로 지목되어 왔다. 가상화폐의 기반은 정보를 중앙서버가 아닌 모든 참여자의 네트워크에 분산하고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단시간에 개인 PC를 비롯한 수많은 네트워크에 정보가 분산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위·변조와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특징은 획기적으로 빠른 연산속도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블록체인의 암호화 체계를 뚫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양자역학적 원리를 활용한다. 일반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비트 단위로 처리하고 저장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양자비트·Quantum bit) 단위로 처리하고 저장한다.
따라서 일반 컴퓨터 대비 더 많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면서 연산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순차적으로 여러 결과값을 넣어 풀 수 있는 암호 해독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는 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의 사용개수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데, 윌로는 구글의 양자컴퓨터 로드맵의 총 6단계 가운데 2번째 단계로, 105개의 큐비트가 사용되는데, 큐비트가 많을수록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진다.
양자컴퓨터 구현 이미지./조선DB |
◇ “실현화 멀었고 방어체계도 갖추고 있어”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을 무력화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온전히 개발된 상태도 아닐 뿐더러,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챗GPT의 기반기술인 생성형 인공지능(AI)도 개발은 훨씬 일찍 완료됐지만 상용화까지 5년 가까이 걸렸다.
특히 양자컴퓨터 기술이 정말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개 이상의 큐비트를 사용하는 고도화된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윌로의 경우 현재 단 105개의 큐비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구글의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최종 개발 단계인 6단계에 이르러야 100만개의 큐비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IBM의 양자컴퓨터인 ‘콘도르’는 1021개의 큐비트를 사용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성과를 발표한 양자컴퓨터의 경우에도 24개의 큐비트를 사용한다. 더욱이 이들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때 반드시 발생하는 양자 오류 과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100만개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의 개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또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블록체인을 위협할 양자컴퓨터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 미국 암호학계를 중심으로 ‘양자 내성 암호’를 연구해왔고 이미 양자컴퓨터에 대항할 암호 표준을 만들어 대체하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더리움이 합의 알고리즘을 과거 작업증명(PoW) 방식을 쓰다가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했듯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도 양자 기술에 대한 대한 대비를 꾸준히 준비해 왔고, 방어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쟁글 공동대표는 “메인넷 보안체계에 위협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재 크립토 암호 체계가 깨지는 수준까지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전에 양자 내성 암호체계(Quantum-Resistant Cryptography)가 반영된 하드포크를 통해 막을 수 있는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건 마치 미래에 터미네이터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같다”며 “양자컴퓨터가 진화하는 동안 기존 업계도 변화하는 기술에 맞춰갈 준비를 해나갈 것이고, 또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더욱 보안체계에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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