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과기협력 상징, 미·중 과기협정
기술패권 경쟁 속 STA 갱신 우여곡절
기초연구 분야 정부 간 협력으로 제한
트럼프 취임 후 STA 폐기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정부가 1년여간의 지리한 협상 끝에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의 상징인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을 향후 5년간 갱신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다만 새로 개정된 STA는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핵심 기술 영역에서 협력은 포함되지 않아 미·중 간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 현실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과학기술부는 "중국과 미국 정부 대표가 13일 베이징에서 과학기술협정을 2024년 8월 27일부터 5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의정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은 자세한 협정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갱신된 미·중 과기협정은 협력 분야를 기초 연구에만 국한했으며, 핵심 기술이나 신기술 개발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AI나 양자컴퓨팅 등 핵심 기술 분야는 양국 간 협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울러 지식재산권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연구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는 한편, 데이터 호혜조항도 마련했다.
국무부는 개정된 과기협정은 “미국에 유익하며 미국 국가안보가 맞닥뜨릴 위험을 최대한으로 줄였다”며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STA는 지진 감지 센서 데이터 등 상호호혜 영역의 기초연구 방면의 정부 간 협력에만 국한된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STA에서 중·미 간 협력 범위가 좁아진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후 4년간 미·중 관계의 기본적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연합조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년간 중국과 자주 소통을 유지해 왔지만, 진정으로 협력해야 할 분야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 심각하다" 고 짚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의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더 거세지면 트럼프가 STA를 폐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스인훙 교수는 “트럼프는 STA를 대중 협상 카드로 활용해 중국을 다른 방면에서 양보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을 미뤄볼 때, 군비·남중국해·무역·과학기술 등 모든 중요 영역에서 중국을 강압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뤄밍후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공공정책 및 국제문제학과 조교수는 “트럼프가 중국을 강압하기 위해 STA를 파기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STA 말고도 관세·군사·외교·지역동맹 관계 등 트럼프 수중엔 더 가치 있는 협상 수단이 많으며, 이는 중국이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들”이라고 전했다.
STA는 1979년 미·중 수교 당시 맺은 협정으로 40여년간 두 나라의 과기 협력의 틀로서 5년 단위로 갱신됐다. 이 협정은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물리학·화학·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법적·정치적 틀을 제공해 양국 간 과학 분야에서 협업을 촉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이 협정을 통해 10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미·중 과학자들이 참여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8년 갱신을 마지막으로 협정 갱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중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이 STA를 악용해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탈취하고 있다는 우려로 협정 연장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이에 양국은 갱신이 만료된 지난해 8월 STA 갱신을 위한 재협상을 이유로 '6개월 연장'을 결정했지만,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아 올 2월 또다시 6개월 연장했었다.
한편 최근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대중국 제재는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AI·반도체 기술의 대중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통제에 나선 미국이 최근엔 제3국을 통한 '우회 조달'도 막기 위해 새 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인 틱톡도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상태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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