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김소영 부위원장 "채권·단기자금 안정재원 27조원 이상 충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계엄·탄핵 정국에 불확실성이 확대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이 지난달 말 기준 27조원 이상 충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어려운 글로벌 통상환경에서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 신속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괸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선 금융권, 신용평가사, 학계 전문가 등이 내년 주요 산업에 대한 전망과 거시경제 여건 등을 점검, 의견을 교환했다.

김 부위원장은 "12월 들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예외적·일시적 충격에 해당하는 만큼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의 참석자들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으나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2.73% 상승하면서 지난달 말 수준을 회복했다고 봤다. 또한 외환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고, 외국인 자금도 특별한 이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견고한 기초체력과 충분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시적 충격의 영향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입을 모았다. 이에 향후 ▲국가부채의 안정적 관리 ▲내수경기 회복 등 경제 활력 제고 ▲인구구조 대응과 잠재성장률 향상 등 경제의 본질적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부위원장 역시 "당장의 충격을 극복한 이후 경기 하방 위험과 경제 구조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2025년이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많은 기관들이 내년 경기 하방 위험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극복하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정부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하는 총 40조원 규모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 프로그램과 관련 "지난 11월에 관련 프로그램들이 내년 말까지 운영되도록 조치했다"며 "현재도 시장의 수요가 있는 경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필요한 경우 기존 프로그램의 규모를 신속히 확대하는 등 정부가 밝힌 유동성 공급 방침에 부합하게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약 14조4000억원, 정책금융기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약 8조1000억원 등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이 27조원 이상 남아 있다. 최근 채권·단기자금시장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프로그램 활용 수요는 크지 않은 상황이고, 프로그램은 통상적인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초 2조8000억원 규모 '2025년 프라이머리담보부증권(P-CBO) 공급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공급 가능 재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 부위원장은 "시장안정 프로그램은 집행실적보다 위기 국면에서 도움될 수 있는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시장의 수요에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평시 시장 기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위기 시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춘다는 원칙 아래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지표금리 개혁 등 중요한 과제에서 큰 진전이 있었고 연말 이전에 내년도 정책 금융 공급계획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내년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꼽자 회의 참석자들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내년 전망을 두고 논의했다. 먼저 반도체 산업에선 인공지능(AI)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적인 리더십을 가진 데다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에 따른 스마트폰·PC 등 범용 제품의 수요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내년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철회할 수도 있다거나,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는 등 일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최근 업황이 부진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설비를 증설하고 자급률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중동 등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서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된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같은 신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기회요인이 생긴 만큼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전망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관세 부과·보조금 폐지 등 트럼프 2기 경제정책 변화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이 향후 주요 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요인들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회의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유휴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가 아닌 첨단·벤처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유입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밸류업 프로그램 등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과 부채 관리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되게 지속하는 한편,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 부위원장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이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충분히 정책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현안 점검 소통회의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니 가감 없는 조언을 계속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